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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쪽 승격 그치는 '질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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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굵직한 감염병이 할퀴고 지날 때마다 체급을 키웠던 질병관리본부가 이번에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을 앞두고 있다. 국립보건원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을 거치며 질본으로 확대 개편된 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시절 차관급으로 격상됐는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독립된 행정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개편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벌써부터 결함이 드러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개정안을 보면 질본을 청으로 승격하는 대신 질본의 모태격인 국립보건연구원은 복지부로 넘어가야 한다. 새로 만들기로 한 감염병연구소도 연구원 산하, 즉 복지부 관할로 둘 방침이다.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질본을 독립시키면서 정작 정책결정의 근간이 되는 연구조직은 따로 떼어내는 꼴이다. 행안부가 제시한 방안대로라면 질본 정원은 현 907명에서 746명으로 쪼그라든다. 전문가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과학의 영역에서 꾸준한 연구를 통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하는 질병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질본이 현 국면에서 방역 컨트롤타워로 꼽히지만 정은경 본부장이 지난 1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후 실제 발휘한 행정조치는 거의 없다. 국내외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살펴 위험도를 평가해 각 행정부처에 '권고'는 하지만 실제 권한은 역학조사나 검역 등 일부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의료자원 관리는 복지부, 출입국과 관련한 업무는 법무부ㆍ외교부, 지자체 소속 보건소 업무협조는 행안부를 거치는 식이다.


전문성 강화도 쉽지 않겠거니와 독립성 보장도 허울에 불과한 개정안이 나온 건 조직 불리기에 이골이 난 공무원에게 일을 맡겼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강조하고 간만에 여야도 합을 맞췄는데 중요한 알맹이를 매듭짓는 건 관료집단이다. 차관 자리를 하나 더 만들고 연구조직을 가져오는 게 복지부나 행안부 양쪽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진다고 보는 게 지나친 억측일까.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한창 진행 중인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질본의 긴급상황센터장이나 감염병관리센터장 같은 중요한 자리를 행시 출신 관리에게 맡겨두고 있는 걸 보면 아주 근거없는 짐작만은 아니라는 게 내 판단이다. 감염병을 비롯한 질병 전문가가 질본에 자원해서 들어가는 일은 앞으로 더욱 보기 힘들 것 같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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