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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법이냐" '박사방' 회원 신상 비공개에 시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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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박사방' 유료회원 신상공개 불발
'부따' 강훈,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시민들 "관련 청원 200만인데...신상공개해야" 분노
추미애 "n번방 관전자도 신상공개 가능"
전문가 "신상비공개에 대한 이해 가능한 설명 필요"

지난 3월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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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미성년자 등 여성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에서 처음으로 범죄단체가입죄를 적용받은 유료회원 2명의 신상공개가 불발되면서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관련 청원이 수백만 명의 동의를 얻었음에도 신상공개를 하지 않아 분통을 터뜨리는가 하면, 신상공개를 통해 이같은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인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 가담 정도가 크다면서도 신상공개로 인한 실익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3일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성범죄특별수사단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범죄단체 가입 혐의를 받고 지난달 25일 구속된 유료회원 장 씨와 임 씨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에 회부할지 논의했으나 범죄예방 효과 등 공개에 따른 실익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신상 미공개 경위를 설명했다.

앞서 박사방 운영 혐의를 받는 강훈은 수사기관의 신상공개에 반발하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기도 했다.


강훈 측 변호인은 "피의자 단계에서 신상공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에 반해 너무 가혹하다"라며 "또 신상공개도 행정처분인데 이에 불복할 절차가 없어 신속한 권리구제를 받을 절차가 없어 위헌이라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신상공개 대상에 미성년자는 제외되는데도 생일이 지나는 것과 상관없이 성년이 되는 당해연도가 되면 무조건 성년으로 의제해 공개대상으로 분류하는 것도 위헌 소지가 있다"며 "민법상 성년의제 규정이 있는데도 임의로, 필요에 의해 바꿔버린 것은 법 기준을 오락가락 적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다 보니 신상공개 실제 적용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도 나온다. 구체적인 기준이나 실제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강훈도 위헌 소송을 낼 정도로 신상공개제도 자체가 애초에 불안정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들의 신상공개 여부가 수사선상에 오른 유료회원의 신상공개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지난 3월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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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회원이 기소된 것은 처음이지 않냐. 당연히 공개했어야 했다", "관련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냐" 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직장인 A(27) 씨는 "경찰이 신상공개로 얻을 수 있는 범죄예방 효과 실익이 적다면서 비공개하겠다는 입장인데 납득이 안 된다. 당연히 공개했어야 했다"라면서 "숨어서 범죄 저지르는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신상공개라고 생각한다. 알려지는 게 무서워서라도 이다음에 같은 범죄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은 n번방 관련 회원 기소는 처음이지 않나"라며 "죄질이 얼마나 나쁘냐에 따라 신상공개 여부가 정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회가 성착취 범죄를 중범죄로 생각하지 않은 거 같아 화가 난다"라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n번방 관련자 처벌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어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책임이 중한 가담자에 대해서는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겠다"며 엄중 처벌을 지시했다.


특히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3월 'n번방' 운영자 및 가입자 신상공개 촉구' 관련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관련 절차와 규정에 따라 국민들의 요구에 어긋나지 않게 불법행위자를 엄정 사법처리하고 신상공개도 검토하는 등 단호히 조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관련자들의 신상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20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음에도 신상비공개를 결정한 것은 국민의 결정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는 신상비공개에 대한 이해 가능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성범죄자들이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처벌 방식이 신상공개여야 하는지는 현재 사회에서 고민하는 지점이다"라면서 "모든 성범죄자들에 대해 신상공개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 이 때문에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공개되어야 하는가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처벌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했었다. 그렇다면 경찰도 이번 사건의 경우 왜 신상공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여성긴급전화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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