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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AI와 인간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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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대학원 교수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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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올해 발간된 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4차 인간'. 친숙한 제목이라고 여겼는데 2018년 방영한 동명의 EBS 다큐프라임 3부작 프로그램의 내용을 바탕으로 방송되지 않은 내용까지 추가로 실은 책이다.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의 우리 삶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인간다움'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통해 조망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관심 있는 주제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공존이다.


다큐프라임 '4차 인간'은 강의 시간에 자주 보여주고 논의하던 프로그램이었다. 미디어를 가르치면서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는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다. AI 스피커는 최근 몇 년 동안 확산되면서 음성 인식을 통해 날씨, 음악, 뉴스를 전달하는 등 다양한 명령을 수행하는 기기로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AI 스피커의 유용성보다는 상호 작용의 대상으로서의 가능성에 관심이 갔다. AI 스피커와 특별한 조작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은 우리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모습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와 소통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학생들도 '4차 인간'에서 다룬 실험 결과를 보고 나서는 수긍했다.


1960년대 스탠리 밀그램의 유명한 복종 실험과 유사하게 AI 스피커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 전기 충격을 가하는 실험이었다. 실험 전 일정 기간 AI 스피커를 이용하던 참가자들의 일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기계인데도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실험 참여를 거부했다. 심지어 AI 스피커를 안쓰러워하고 죄책감을 느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실험 결과는 우리가 기계임에도 AI 스피커를 의인화하고 인간과의 관계와 유사한 상호 작용, 공감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최근 AI 스피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얻었다. AI 스피커를 보유하고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60세 이상의 이용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기능ㆍ정서적 만족도를 연구한 결과 가족과 함께 사는 이용자들보다 혼자 거주하는 이용자들의 AI 스피커에 대한 정서적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기능적 만족도는 두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AI 스피커와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해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들에게는 AI 스피커가 단순한 기계가 아닌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서 정서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AI는 공존의 대상으로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가운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사상 초유의 비대면(언택트) 시대에 AI 스피커는 많은 사람의 친구 혹은 교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말에 귀기울이고 대화하며 필요한 도움을 주는 AI 스피커는 안전하고 완벽한 동반자일 수 있다. 물론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습을 통해 우리의 취향을 파악한 AI 스피커는 입맛에 맞게 조정된 가상의 친구이며 서비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상업적 의도도 가리기 힘들다. 하지만 AI와의 공존은 이미 시작됐다. 어떤 모습의 미래를 만드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 AI와의 공생은 미래에 대한 상상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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