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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줘도 이런 데는 안 오죠" 줄줄이 문 닫는 소상공인 '한숨'

최종수정 2020.06.03 13:40 기사입력 2020.06.0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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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4주차…체감경기지수, 전월 대비 상승
일부 소상공인 "사람 없는데 긴급재난지원금 효과 보겠나" 토로
전문가 "정부, 재난지원금 효과 안 미치는 곳 분석해 대책 마련해야"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점심시간을 맞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점심시간을 맞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재난지원금 받아서 가는 데만 가지, 여기까지는 안 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4주 차에 접어들었다. 재난지원금 사용이 본격화하면서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일부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명동 일대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회현지하쇼핑센터에서 신발 소매점을 운영하는 60대 남성 A 씨는 "다른 지역은 효과 좋다고 하던데 명동은 아니다"라면서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하다'는 안내를 써 붙여놔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A 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80%가 떨어졌다. 손해가 말도 못할 만큼 크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은행으로 연결되는 출구를 막아놓으니 사람들도 안 다닌다"면서 "여기 다른 매장들을 봐라. 사람(직원) 쓰는 데는 다 닫았지 않나. 나는 혼자 하니까 그냥 문만 열어놓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명동 지하상가 의류 소매점 사장 B 씨도 "동네는 보니까 활기가 좀 돌던데 명동은 지역 특성상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특성상 외국인 관광객이 워낙 많지 않았나. 여기 지금 보면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서 "유동인구가 확실히 줄어서 재난지원금을 줘도 경제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지난달 11월부터 현재까지 10가구 중 9가구 이상이 재난지원금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2시 기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가구 수는 전체의 98.2%인 2132만303가구로 확인됐다. 누적 신청액은 총 13조4282억49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급 방식별로는 전체의 67%에 해당하는 1454만8340가구가 신용·체크카드 충전 방식으로 지원금을 신청·수령했다. 이밖에도 선불카드(11.1%), 지역사랑 및 온누리 상품권(6.9%)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 결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라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체감경기지수가 전원 대비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위탁으로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소상공인 2400개, 전통시장 1300개를 대상으로 2020년 5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달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체감경기지수가 각각 88.3, 109.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월 대비 각각 14.5P, 29.2P 상승한 수치다.


2호선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인근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C 씨는 "재난지원금이나 온누리상품권을 쓰는 손님들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사무실이 많은 지역 근처이다 보니 그나마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 같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긴 했지만, 우리보다 더 사정이 안 좋은 사람도 있으니 별로 말할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 입구에 긴급 재난 지원금 사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 입구에 긴급 재난 지원금 사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반면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에 위치한 사업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한 효과가 미미하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시민들은 "지원금 지급 목적을 이해한다"면서도 "사용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편한 곳에서 소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왔다는 30대 직장인 D 씨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잘 쓰고 있다"면서도 "굳이 다른 곳에 가서 쓸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곳저곳에서 써보려 했는데 생각보다 제약이 많아서 불편하더라"고 말했다.


D 씨는 이어 "마침 필요한 게 있을 때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을 보게 되면 들어가서 구매하는 경우는 몇 번 있었다"면서도 "대부분은 집 근처에서 식료품을 살 때 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은 내·외국인 관광객의 방문 비율이 높은 이태원, 압구정, 명동 등에서 뚜렷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2일 수익형부동산연구개발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1분기 이태원 중대형 상가의 평균 공실률은 28.9%로 전 분기(19.9%) 대비 9%P 증가했다.


이밖에도 압구정(7.5%P), 장안동(5.7%P), 영등포(4%P), 명동(3.1%P) 등 지역에서도 공실률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해당 상권의 2분기 지표는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동향 등을 분석해 정부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등 재난지원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면서도 "그렇지만 사업자 입장이 있고 소비자 입장이 다르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업자가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디서 쓸 수 있는지도 잘 모르고 너무 불편한 게 우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편한 곳에서 쓰게 되는 것"이라면서 "정부에서는 지급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진행되는 추이를 보고 소비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면 소비자를 유도하게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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