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못 쉰다고요" 쿠팡 알바 '아프면 쉬기' 지적에 직장인들 '한숨'
중대본, 28일 기준 부천 쿠팡 물류센터 확진자 69명
'아프면 쉬기' 직장 내 방역수칙 미이행 지적
직장인들,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 실천하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경기도 부천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수십 명이 발생한 가운데 방역당국은"'아프면 쉬기' 같은 직장 내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물류센터 업종을 고려하면 현실성 없는 일종의 탁상행정 아니냐는 비판이다.
박능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28일) 회의에 앞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직장, 학원, 노래방, 주점 등 감염경로가 다각화하고 있다"며 "부천 물류센터와 관련해 오늘까지 확진자 69명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박 1차장은 "물류센터 특성상 단시간 내 집중적인 노동이 이뤄지므로 직장 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아프면 쉬기' 같은 직장 내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직장 내 방역수칙인 '아프면 쉬기' 같은 규칙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직장인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중대본이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15일간 84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5대 기본수칙 중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를 가장 실천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이 54%로 가장 높았다.
일부 응답자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질병·부상으로 치료받는 동안 상실되는 소득·현금수당 등을 보전해 주는 '상병 수당'을 도입해 달라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아프면 쉬기'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73%는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12월 3일 직장인 1451명을 대상으로 올해 연차휴가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모두 사용했다'고 답한 사람은 27%에 불과했다.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한 직장인(1천65명)의 61%는 남은 기간에도 연차를 소진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직급별로 보면 사원·주임·대리급 직원의 연차 사용 현황은 비슷했고, 과장급 이상은 연차를 모두 사용한 직원이 22%로 평균보다 낮았다.
연차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도 직급별로 달랐다. 사원·대리급 직원은 '상사와 동료 눈치가 보여서'(41%·37%), 과장급 이상 직원은 '일이 너무 많아서'(3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 담장에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 가운데 물류센터 업종을 고려하면 '아프면 쉬기'를 실제 이행할 수 있는 직장인은 더 적을 것이라는 시민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직종은 단기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고용 형태가 더 많아 쉬는 것도 눈치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 환자는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지난 주말인 23∼24일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직장인 A 씨는 "직장인 중 아프면 바로 쉴 수 있는 직장인이 몇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면서 "조금 더 현실적인 방역대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님은 정말 직장인들이 아프면 쉴 수 있는지, 그렇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B 씨는 "물류센터 직종의 경우 단기 아르바이트 고용 형태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프면 쉬는 것은 곧 그날 일당을 받지 않겠다는 것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기업의 적극적인 방역수칙 이행을 권고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은 기업의 자세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일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 수칙을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프면 3~4일 쉬기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 환경개선 하지 않음으로써 유행에 대해 간접적으로 기여한 것이다"며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직원을 운영한 것인데 이 때문에 전염병, 감염병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바꿔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코로나 상황임에도 작업환경 개선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영자들에 큰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쿠팡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환자는 6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일(27일)까지 검사대상으로 추려낸 4159명 가운데 3445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해 나온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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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이가 1200명에 달해 추가 확진자는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에도 인천시와 광명·김포서 해당 센터의 직원과 가족 등 8명이 추가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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