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직업군 쿠팡맨으로 근무중
복잡한 업무 구조로 사실상 전 층 활보

근무자들 동선 공개 요구 빗발치자
사측 "동요시키지 말라"며 거부해

대형 물류창고 근무방식 대동소이
단기 근무자 많아 효율적 방역 어려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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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쿠팡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은 위험 요소를 사전 관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라는 직원들의 요구를 쿠팡 측이 묵살한 사실도 본지 취재에서 확인됐다. 첫 확진자 발생 직후 이 회사가 취한 안일한 대처가 사태를 키운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공무원 빼고 다 있는 용광로 직장'…관리는 주먹구구식=본지가 확보한 쿠팡 부천물류센터의 폐쇄 직전(25일 오후) 간담회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24일 오전 확진자 발생을 인지한 회사 측이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지 전혀 판단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간담회에서는 확진자 동선 공개 요청에 회사 측이 응하지 않는 대화가 오갔다. 한 직원은 "이곳 말고 다른 곳으로 출근해도 된다는 뜻이냐"고 묻자 관리 직원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확진자가 근무한 공간이 어디어디였는지 묻는 질문에도 "보건당국에 제출했다"고만 답했다. 쿠팡 측은 간담회 직후인 25일 오후 센터를 전면 폐쇄했다.


이들이 확진자 동선 공개를 요구한 건 특히 '투잡'을 뛰는 근무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센터 속 근무자들이 층 구분 없이 일종의 '파견' 형식으로 여러 층을 오가며 일한 업무 형태도 중요하다. 특정인이 확진자가 나온 2층 포장공간에 근무하지 않았어도 동선이 겹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또 직원들이 다수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도 확진자의 동선과 근무시간, 추가 확진자 발생 등을 묻는 근무자들의 질문이 빗발치차 한 관리자가 "몇몇 사람 때문에 사원분들이 더 동요한다. 안전보건팀과 인사팀에 연락해 조치받으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쿠팡의 직원들에 대한 확진자 동선 공개 거부는 내부 확진자 속출 및 외부로의 전파를 촉발시킨 요인일 수 있다.


부천물류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A(32)씨는 "물류센터는 공무원 빼고 누구든 접촉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곳"이라며 "아이들을 상대하는 태권도 사범, 은행 청원경찰, 하루에도 수만명이 방문하는 공항 면세점 직원과 승무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이 근무하는 공간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 외부로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회사 측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취지다.


"다른 사원 동요시키지 말라" 집단감염 촉진시킨 쿠팡의 안일한 대처 원본보기 아이콘

◆확진자 2층에서 나왔다지만…직원들 층 구분 없이 일했다=해당 물류센터의 복잡한 업무방식도 화를 키웠다. 쿠팡 부천물류센터는 총 6개층으로 구분돼 있다. 대부분 확진자가 나온 곳은 제품 포장이 이루어지는 2층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건비 절감을 위해 3~6층 근무자들을 2층으로 파견하는 경우가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층 업무가 바쁘면 타 층 근무자들이 와서 돕다가 다시 원상복귀하는 식이다. 수백명이 동시에 근무하는 탓에 근무 층만 기록될 뿐, 해당 층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는 본인 확인이 없으면 알 수 없는 구조다.


실제 확진 판정을 받은 김모씨도 멀티 포장대와 계란 전용 포장대 등 여러 곳에서 작업을 하면서 여러 근무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무자들이 확진자의 동선 파악에 집착한 것은 이런 이유로 파악된다. 하지만 쿠팡 측은 확진자가 일한 포장 쪽 근무자 일부만 자가격리자로 추리고 나머지는 정상근무를 지시했다. 결국 상당수 오후조 직원들은 정상근무 시간인 익일 오전 2시까지 근무했고 이 중에서 1명이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근무자들이 업무 시 사용하는 단말기(PDA)도 감염경로가 됐을 수 있다. 이 PDA는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근무자들에게 지급된 면장갑을 낀 채로는 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부분 근로자들은 면장갑을 벗은 상태로 PDA를 조작하거나 손가락 부분을 잘라낸 뒤 착용한다. 또 식사시간 이후 PDA가 뒤섞여 다른 근무자가 사용하던 PDA를 사용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쿠팡 측은 현재 방역수칙 준수 여부에 대해 방역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어 별도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대형 물류창고 근무방식 대동소이…전면적 점검 필요=쿠팡 물류센터에 이어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며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물류센터 근무 경험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 공간에서 많은 인원이 근무하는 환경 등이 전염병 감염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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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물건을 건네 받아야 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어렵다는 점도 결정적이다. 아울러 불특정 다수가 자주 방문하는 사업장의 특성, 타 직업을 가진 단기간 근무자가 많다는 점도 효율적 방역을 어렵게 하는 측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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