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어떻게 볼 것인가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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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행하는 모든 보건의료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비대면(언택트) 진료행위, 소위 원격의료로 불리는 새로운 제도 도입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일로에 있던 지난 2월 정부는 의료진의 안전과 의료기관 내 감염 등을 우려해서 의심환자를 비롯한 기존 만성질환자들에 대한 비대면 전화상담을 통한 처방이 가능하도록 긴급히 조치했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감염병에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임시적이고 불가피한 조치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월 제도 시행 이후 전국 3853개 의료기관에서 총 26만2121건의 전화진료를 통한 비대면 의료행위가 진행됐다. 문제는 과연 전화를 통한 비대면 의료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처방이 내려졌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의료인 간 화상 원격 의료행위는 현행 의료법에서 '원격진료'라는 이름으로 이미 허용되어 있다. 가령 전남에 사는 한 주민이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원격진료 시스템이 갖춰진 전남 내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해 추가로 진료를 받는 게 가능하다. 또 다른 예로 격오지에 살고 있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간호사가 방문해 화상으로 환자의 상태를 병원에 있는 의사에게 전달하고 필요한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원격진료의 핵심은 환자를 현장에서 살필 의료진이 있고, 화상을 통해 의료진 간 의견을 교환한 후 그에 맞춰 필요한 처방을 내린다는 점이다.


이렇게 진행되는 원격진료의 경우 환자에 대한 오진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혹여 발생하더라도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게 가능해진다. 그러나 전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의 경우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전화를 통해 설명해야 하고 의사는 환자의 설명에만 의존해서 처방을 내리게 된다. 만일 환자가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잘못된 처방이 내려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잘못된 처방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한다면 과연 의사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일이 벌어진 후 책임을 따지는 것도 문제이나 무엇보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건 반드시 짚고 넘어갈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는 원양어선과 격오지 군부대로 국한해 시범사업 형태로 유지해오고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감염병 발생 시기에만 기간을 한정해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굳이 평상시까지 확대한 이유가 무엇일까. 정부는 거동이 불편하고 거리가 먼 곳에 사는 노인과 환자, 장애인 이야기를 하며 감염병이 아닌 환자에게도 원격의료를 도입하자고 한다. 그러나 노인과 장애인에게 원격의료 전자기기가 필요할까. 아니면 왕진이나 방문보건, 혹은 주치의제도나 기초 공공의료확충을 통한 보편적 의료서비스 제공이 필요할까?


앞으로 꾸준히 닥칠 신종 감염병에 대한 새로운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또 수도권과 지방의 다양한 의료 격차도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원격의료가 10년이 넘게 시범사업으로만 그치고 있는 이유, 시민사회 진영을 포함한 보건의료계가 도입을 반대해온 이유를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정부가 비대면진료는 원격의료가 아니라며 마치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인 것마냥 제도도입을 밀어붙이는 것은 그야말로 공포 마케팅의 일환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보건의료 영역에서 모든 정책 변화의 기준이 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양보할 불가피성은 그 어떤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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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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