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건물을 향해 쏜 것이었을까요, 총알들은 사실상 시민을 향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해설사의 말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굳은 얼굴로 벽면과 바닥에 잔뜩 팬 흔적들을 바라봤다. 신군부의 헬기사격을 증명하는 245개의 탄흔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기념해 여야 의원들은 광주를 찾았다. 민주당은 제일 먼저 민주화운동의 성지인 금남로 전일빌딩을 방문했다. 1980년 당시 광주 시가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는 전일빌딩은 여전히 우뚝 선채 그날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계엄군을 피해 숨어든 시민들을 지켜줬던 이 건물은 이제는 흉터처럼 남은 245개의 탄흔으로 헬기 사격의 현장을 증명하고 있다. 원형보존을 하고 있는 전일빌딩 10층 벽면과 바닥에는 연이어 움푹 팬 자국들이 남았다.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 창틀에는 구멍이 뚫리고 금이 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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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날 전일빌딩 4층에서 최고위원회를 가지고 진상규명을 뒷받침하는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해찬 당대표는 “40년 전 신군부 재판장에서 설훈 최고위원와 저는 구차하게 징역을 구걸하느니 광주 영령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서거하셨지만 저는 아직 살아있으니 해야 할 일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는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부는 모습이다. 이번 40주년 기념식은 보수 정당의 원내대표가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작년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방문으로 시위대 간 충돌이 일어났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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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당 일부 의원들의 폄하 발언을 사과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화운동의 성격이나 권위에 대한 평가는 이미 법적으로 정리가 이뤄졌다”면서 “갈등과 상처를 모두 치유하고 5·18 정신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해찬·심상정 대표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립5.18묘지에서 같은 노래에 맞춰 민주항쟁추모탑까지 조화를 들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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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이날의 참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법, 역사왜곡을 처벌하기 위한 법들은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에 머물러있다. 전일빌딩의 탄흔뿐만 아니라 헬기사격을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이 일치한다는 점, 헬기출동 내용이 군 내부 문서에 남아있다는 점은 광주에서 신군부의 지휘 아래 헬기사격이 일어났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최초 발포 명령자에 대한 진상규명은 요원하다. 책임자인 전두환씨는 여전히 “헬기사격을 지시한 적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진실하게 하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마주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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