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의 가을귀]포켓몬이 'GO'하게 해준건 구글맵이었다
빌 킬데이 '구글맵 혁명'
나침반과 지도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내비게이션과 지도 서비스 기기가 길잡이다. 선박ㆍ항공기ㆍ자동차 등 다양한 이동수단에서 사용된다. 걸어서 움직일 때는 스마트폰이 안내자다. 낯선 지역에서도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알려준다. 주변에서 어느 음식점이 유명한지, 그곳의 음식 가격이 얼마인지도 상세하게 소개한다.
변화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서비스 기업 구글이 있다. 구글은 2004년 지도 서비스 기업 두 곳을 사들였다. 하나는 사업체를 설립하지도 못한 채 호주 시드니의 한 아파트에서 네 명이 일하던 회사, 다른 하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직원 스물아홉 명 규모의 키홀이다.
구글은 이들 기업에 리소스를 무제한 지원하며 한 가지 약점을 공유했다. 구글 검색창에 입력되는 검색어의 25%가 지도와 연관 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구글에는 지도 서비스가 없었다.
구글은 시드니 소재 회사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키홀의 어스 뷰어(Earth Viewer) 솔루션을 접목했다. 그렇게 구글맵이 탄생했다. 목적지까지 최단 경로로 안내하는 시스템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도 세계에서 월간 10억명이 사용한다. 성장가능성이 보이는 서비스도 수백 개 생겼다. 미국의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 질로우, 온라인 여행상품 판매 사이트 프라이스라인, 승객과 운전기사를 이어주는 스마트폰 앱 서비스 우버가 대표적인 예다.
'구글맵 혁명'은 구글맵은 물론 구글어스, 포켓몬고 등이 개발된 과정을 소개한 책이다. 구글어스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지역의 풍경을 안방에서 감상하는 지도 프로그램, 포켓몬고는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허문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이다. 혁명적인 지도기술 발전이 뒷받침돼 나올 수 있었다. 키홀과 구글지오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활동한 저자는 지도기술의 진화 과정을 시간순으로 기록하고, 구글만의 독특한 서비스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데 거의 모든 페이지를 할애한다.
끝없는 도전은 구글로부터 독립ㆍ분사한 나이언틱에서도 이어졌다. 나이언틱은 첫 위치 기반 AR 게임인 인그레스로 승승장구했다. 인그레스에는 계몽군과 레지스탕스라는 두 진영이 존재한다. 게임은 현실 세계로 나가 영토 쟁탈전을 벌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전쟁 후 도시로 돌아온 유저는 사람들과 만나고 디지털 세계 밖에서 친구가 된 게이머들과 커뮤니티도 형성한다. 나이언틱은 흥미진진한 지역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과정까지 게임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유저가 모인 약 1200만개 지점은 훗날 포켓몬고의 포켓스톱이 됐다.
인그레스의 머신러닝(기계학습)ㆍ데이터ㆍ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된 포켓몬고는 2016년 출시됐다. 다운로드 횟수 및 수익에서 역대 기록을 모두 깨고 가파르게 성장했다. 게임 출시 전까지 AR 활용이 입증된 사례는 없다. 이제는 인기 높은 기술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실리콘밸리는 물론 각지의 다수 기업이 투자 피치덱 슬라이드에 포켓몬고와 관련된 내용을 한두 장 끼워 넣을 정도다. 좋은 지도와 우리 주변의 모든 대상을 지리적으로 찾아내는 기술을 효과적으로 접목한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저자는 이 성공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생각한다. 그가 상상하는 AR의 미래는 다음과 같다.
"잠시 텍사스주 오스틴 웨스트 24번가와 화이티스가가 만나는 사거리에 위치한, 텍사스대학 캠퍼스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스마트폰을 들고 저 조각상을 가리켜보자. 구글 스트리트뷰 데이터와 컴퓨터 비전 기반 지도를 바탕으로 스마트폰이 이를 바바라 조던 하원 의원의 동상으로 인식하면, 동상의 머리 위로 즉시 엷은 색의 정보 풍선이 떠오르면서 의원의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주요 입법 활동이 나타난다. 바바라 의원은 파란색으로 테두리가 표시되며 동상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그러면 바바라 조던 의원이 1976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렸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 기조연설의 주요 내용을 말하기 시작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나 '그녀(2013)' 같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같다. 하지만 이런 게 현실이 되는 세상은 빠르게 다가온다. 세상은 이미 무선으로 연결돼 있다. 책상 위의 모니터에서 벗어나도 검색이 가능해졌다. 의자에 붙박이처럼 앉아서 하던 게임도 이제는 집 밖에서 즐길 수 있다. 디지털이 바깥 세상으로 계속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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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진화할 세상에서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할까. 아니면 고개 들어 새로운 시각으로 특정 장소의 역사와 건축, 문화적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며 주변 세계를 인식할까. 풍부한 지식을 통해 현재에 더 충실해질지, 아니면 산만해질지는 당장 알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승리할지는 분명해졌다. 지구 어느 곳에서든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체계적인 색인을 제공하는 최고의 지도를 가진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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