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1위 사업자 독점 방지 위해 도입
사실상 '갈라파고스 규제'로 폐지론 꾸준히 제기
통신요금인상은 유보적신고제로 제동 가능해
현재로선 시장경쟁 저해, 담합 부추긴다는 지적 우세

시민단체 몽니에..30년 묵은 요금인가제 폐지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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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시민단체의 몽니에 30년 묵은 '갈라파고스 규제'인 요금인가제 폐지가 표류하고 있다. '요금인가제 폐지→통신 요금 인상→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논리지만 업계에서는 인가제가 오히려 3사의 시장경쟁을 저해하고 담합을 부추겨 다양한 요금제 출시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유보적 신고제'로 통신요금 인상 브레이크 장치를 남겨둔데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사전 가격 규제'가 반(反)시장적이라는 게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과방위 안팎, 통신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인가제 폐지 = 요금인상? '유보신고제' 장치 남겨놔

1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민단체 7곳이 요금인가제를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면서 인가제 폐지 이슈가 재점화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생경제연구소·사단법인 오픈넷·소비자시민모임·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한국소비자연맹 등이 인가제 폐지를 반대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는 인가제가 없어지면, 이통3사들이 비싼 요금제를 출시해도 제동할 규제권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완전한 신고제가 아닌 유보신고제를 담고 있어, 기우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개정안에 들어간 '유보적 신고제'는 절차를 줄여 요금 경쟁을 촉발하면서도 15일 이내에 '반려'할 수 있는 제동장치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5G 요금제 구간이 이통3사 모두 '5만원·7만원·9만원'대로 거의 비슷한 이유는 1~2달이 소요되는 인가제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인가 심사 기간 동안 1위 사업자의 요금제 기준선이 알려지고, 이를 2·3위 사업자가 똑같이 따라해 '답함 아닌 담합'의 가격결정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 전문위원은 "인가제가 오히려 사업자간 요금경쟁을 가로막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인가 요금에 엇비슷하게 따라가는 요금 담합을 유발해 소비자 후생을 반감하고 있어 폐지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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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소매 가격 규제 전무해..요금경쟁 촉진해야

요금인가제의 도입 취지 자체가 '비싼' 요금제를 걸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싼' 요금제를 내놔 1위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할까봐 나온 사전 가격규제라는 점도 인가제 무용론에 근거다. 통신사 관계자는 "미국과 영국에선 요금제와 관련해 가격상한제를 통한 규제를 하다가, 2000년대 초반에 이를 전면폐지하고 시장자율에 맡겼다"면서 "그 뒤로 데이터무제한 요금제나 블랙프라이데이 요금제 같은 혁신적이고 다양한 요금제들이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금 인가제 폐지로 통신 요금에 대한 심의절차와 소요기간이 줄어 다양한 신규 상품이 빠르게 출시돼 통신서비스와 요금 경쟁이 더욱 촉진됐다는 것이다.


인가제 폐지로 '고가' 요금 담합이 생기더라도 공정위의 사후규제 등 견제장치가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정상 위원은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사후중지명령을 통해 요금담합에 엄한 제재를 가하듯이 우리나라도 사후규제 수단으로 담합은 막을 수 있다"며 "가격에 대한 규제는 사후규제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매요금에 인가제를 부여하는 것이 전례가 없고 시장경쟁 원리를 위배한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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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요금인가제 폐지안은 내주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20일) 절차 만을 남겨두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법사위에서 통과가 현재로선 불확실하다"면서 "인가제 폐지 건으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전체가 폐기될 수도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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