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저지른 서울시청 공무원 '직위해제'
직위해제돼도 공무원 신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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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강주희 인턴기자] 서울시청 소속 남성 공무원이 다른 부서 여성 공무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가운데, 서울시 측이 가해 남성 공무원에 대해 '직위해제' 처분을 결정했다. 하지만 직위해제는 사실상 공무원 신분이 유지되는 징계 직전의 조치여서 처벌 수위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수사기관의 판결을 떠나서 조직 내부에서도 성범죄 사건을 조사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A 씨가 4·15 총선 전날(14일) 시청 직원들과 회식한 뒤 다른 부서 여성 직원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김태균 행정국장은 24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경찰의 수사 개시 통보가 접수돼 해당 직원을 즉시 직위 해제했다. 경찰 수사와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사건을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성 관련 비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하고 일벌백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내린 직위해제 조치는 대상자 지위나 업무를 소멸시키는 것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징계 효과에 불과하다.

또한, 직위해제 시에도 공무원 신분은 유지되며,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라 봉급 일부를 지급받게 된다. 법원 판결에 따라 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복직될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서울시 직위해제 조치를 두고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왜 중범죄인 성폭행을 저지른 공무원을 파면하지 않고 고작 직위해제 조치로 그치는 것인가"라며 "법원 판결이 어찌됐든 공무원이 이런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인 것 아닌가"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앞서 서울시는 23일 해당 사건에 관한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가해 직원을 부서 이동하는 조치에 그쳐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서울시는 뒤늦게 부서이동 조치를 대기발령으로 전환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로 엄중 처벌한다는 게 겨우 눈치 보며 내린 '직위해제' 처분이다"라며 "가해자를 즉각 퇴출시키지 않는다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있을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재판부나 수사기관의 판결을 떠나, 조직 내부에서도 성범죄 사건을 조사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조직에서는 파면이나 면직 처분을 내리는 것이 가해자로부터 부당하다는 의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직위해제라는 임시적인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다만, 국가 기관 구성원이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고, 이는 조직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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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조직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수사기관의 결정에 따라 인사 결정을 내리는 등 유보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고, 결국 가해자의 입장만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라면서 "재판부나 수사기관의 판결을 떠나, 조직 내부에서도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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