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대변혁의 시대
<2>바이러스와의 전쟁

인터뷰-전병율 차의과학대 보건산업대학원장
코로나19 언제든 집단발병…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
고령층·취약계층 관리 우선…감염병 비축물자 상시 갖춰야

[코로나 대변혁] "백신 당분간 어려워…일상 속 방역습관 유지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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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AD.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과 질병 이후(After Disease)를 일컫는 말이다. 인류사에서 1000년 넘게 이어졌던 예수 전후의 시대구분은 전 세계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다시 바뀔 것이란 세간의 지적은 과장으로만 보기 힘들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도 수많은 바이러스와 싸웠으나 이번처럼 사회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끼친 바이러스는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첫 발병지인 우한을 봉쇄할 때만 해도 과도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내 전 세계 각지에서 급속히 확산하자 각 나라의 보건당국은 사회를 멈춰세울 법한 수준의 제한조치를 잇따라 내놨다. 앞으로를 낙관하기 힘든 건 바이러스와 직접 싸울 무기, 치료제ㆍ백신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과거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으로 방역 최전선에 나섰던 전병율 차의과학대 보건산업대학원장에게 코로나19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를 들어봤다.

-코로나19가 과거 유행했던 다른 감염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차원이 다르다. 마치 외계인처럼 통제할 수 없는 질병이다. 2002년 나온 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은 짧은 기간에 사라졌다. 당시 우리가 중국, 홍콩과 인적교류가 적었던 영향도 있다. 이후 중국이나 라오스 등에서 유행했던 조류독감도 국내에선 대규모로 유행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이미 가금류를 위생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2009년 신종플루도 북중미에서 유행해 전 세계로 확산했는데 다행히 그때는 치료제나 백신이 있어 치명적이지 않았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도 우리나라가 중동 이외 나라로는 특이하게 환자가 많았으나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번졌다. 바이러스가 유행하더라도 정상적 사회생활이 크게 지장받지 않았던 배경이다. 코로나19는 당장 신규환자를 한 자릿수 정도로 줄인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든 집단발병이 가능하다.

보험설계사 시험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보험설계사 시험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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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왜 통제가 어렵나.


▲전체 환자의 80% 정도가 경증환자로 보고됐는데 이는 그만큼 바이러스 전파가 쉽게 이뤄진다는 얘기다. 일반 독감만 해도 감염 후 환자가 바로 인지해 병원을 찾거나 주변 접촉을 피하는데 이건 그렇지가 않다. 방역당국은 물론 의료진, 일반인 모두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질병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우리가 알레르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원인이 될 만한 것을 피하는 수밖에 없듯이 지금은 바이러스와 접촉을 안 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게 없다. 인간관계 단절에 따른 고통이 상당하지만 견뎌야 한다.


-국내 첫 환자가 나온 지 100일가량 지났는데, 현재 국내 상황이나 방역조치를 평가한다면.


▲방역당국이 환자 관리나 추적자 조사 등 전국적 발병 양상에 대한 통제와 조사를 적극 진행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4주간 진행하면서 효과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앞으로 완화된 거리두기든, 생활방역이든 어떤 형태로든 개인위생수칙을 지키고 접촉을 줄이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걸 깨달은 건 성과다. 치료제나 백신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지금처럼 일상 속 방역습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당장 올가을 코로나19 재유행을 전망하는 이가 많은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다시 유행할 때 의료자원을 어떻게 쓸지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대구ㆍ경북에서 대규모 유행을 겪으며 방역당국에서도 싸우는 법을 익혔다. 당장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지지 않는 법을 배웠다. 결국 감염에 따른 사망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고령층이나 요양기관 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우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호흡기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10일 오전 대구시 북구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직원들이 사흘 전 환자들이 모두 떠난 4층 병실들을 환기시키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10일 오전 대구시 북구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직원들이 사흘 전 환자들이 모두 떠난 4층 병실들을 환기시키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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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개편에 대한 논의가 거론되는데,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야 하나.


▲중요한 건 병원이 쓰러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의료진이 감염되면 감염에 취약한 환자집단은 물론 기존에 병원에 있던 환자까지 위험해진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의료수요가 줄어 각급 병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점도 정부가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환자가 와서 셧다운(shut downㆍ일시적 업무정지)을 시키든,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환자도 혹시 모를 감염이 우려돼 병원을 안 간다. 호흡기ㆍ비호흡기 환자를 구분하거나 선별진료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일선 현장에서 적용가능할지 의문이다. 병원이 망하지 않고 환자도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보건당국이나 의료기관 모두에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키는 건강보험이나 재정 등 수단이 많은 보건당국이 쥐고 있다.


-신종 감염병은 또 생길 텐데,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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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새롭지 않다. 최근 20년만 해도 수차례 겪었다. 방역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본부의 예산이나 조직을 강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한편 전쟁에 대비한 비축물자를 상시 준비해둬야 한다. 진단키트가 국내외에서 각광받는 건 앞으로 대비 과정에서 새겨볼 부분이다. 방역대책과 분야별 산업화 전략을 맞물리게 하는 것이다. 감염병 대응은 정부 역량만으로는 쉽지 않고 민간 기업이나 연구기관 차원에서도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게 필요하다.


정리=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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