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 셀카 올렸다 찍혔다…'SNS 기피증' 확산
n번방 사건 이후 표적될라
과거 게시물까지 찾아 삭제
성매매 홍보사진으로 둔갑
여교사 졸업앨범 피해 사례도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자신의 사진이 불법 성매매 업소 홍보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지인에게 전해 들었다. 거울 속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린 사진인데 업소 여성 프로필 사진으로 둔갑한 것이었다. 해당 업체가 SNS상에서 적당한 사진을 골라 악용한 사례다. A씨는 모든 SNS 활동을 중단하고 기존 사진은 비공개로 설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신개념을 만들어냈다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온라인상 '디지털 거리두기'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SNS를 통해 자신의 소소한 근황을 주변에 알린 흔적이 언제 어떻게 '범죄의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팽배해진 것이다.
무심코 올린 사진이 범죄에 악용된 사례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텔레그램과 트위터 등 SNS에서 이른바 '지인 합성(음란물에 특정인의 얼굴을 합성해 만든 사진)' 피해를 당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24) 일당이 그랬던 것처럼 이 같은 사진은 협박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온라인상에는 이와 관련한 문의 글도 넘쳐난다. 누군가 몰래 가져간 본인 사진으로 범죄 피해를 당했는데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기자가 다수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살펴본 결과 SNS에서 몰래 가져온 불특정 여성 사진이 공유되는 현장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에선 도촬 사진을 공유하는 일도 있었다. 도촬 사진을 공유한 한 이용자는 "이 사진을 찍기 위해 3시간 기다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채팅방에 이런 사진이 공유되자 참여자들은 즉각 품평회를 시작했다. 지인 합성 사진도 넘쳐났다. 이 대화방에선 "몸매는 상급이지만 얼굴이 별로다", "더 자극적인 사진은 없느냐" 같은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특정 직업군을 겨냥하는 경우도 흔하다. 여교사를 대상으로 불법 촬영을 하거나 졸업앨범 등에 있는 사진을 텔레그램 채팅방으로 가져와 공유하고 품평하는 식이다. 28일 서울교사노조연맹이 발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사 10명 중 7명은 범죄나 품평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졸업앨범에 사진이 실리는 데 불안감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에 대한 강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 문화가 바뀌지 않고선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비정상적 행동에는 남성 우월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라며 "이젠 이런 행동이 사회ㆍ법적으로 절대 용인받지 못한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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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재로선 각자 조심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란 생각이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SNS 속 셀카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는 B씨는 "그간 SNS에 남긴 많은 사진과 동영상 중에서 내 신상 확인에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일일이 찾아 지웠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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