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전문가와 지도자 가운데 누구를 신뢰해야 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풀기 어려운 딜레마를 지구촌에 던졌다. 전염 차단을 위해 실생활 봉쇄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방역전문가와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한 각국 지도자들의 방어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와 지도자의 대결구도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형성됐다.
물론 이런 대결구도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한 전직 국무총리는 재임시절 전문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문외한이 (누구보다 사안을 잘 아는) 전문가들 앞에서 뭔가를 주문한다는 게 참으로 민망한 일"이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지금껏 지도자나 전문가가 맞닥뜨린 사안이 서로의 의견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정도였다면, 코로나19사태에서는 대결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전 세계인이 모두 관련돼 있을 정도로 광범위한데다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전염병을 막아야 하는 전문가는 목숨을 구해야 하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정치지도자는 민생을 신경써야 한다. 어느 한쪽도 양보하기가 쉽지 않다. 대결 수위가 극한으로 갈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번 대결에서 공세를 높이는 쪽은 지도자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재개에 강한 의지를 나타낸 반면, 방역전문가 의견 수용에는 소극적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이 겨울철에 재확산될 수 있다고 말하자 면전에서 공개해명을 강요했고 일부 전문가는 소신발언으로 자리를 내걸어야 했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이 버젓이 자리를 지켰음에도 '살균제 인체투입 검토'라는 비상식적 발언을 내놓은 것은 단연 압권이었다. 브라질에서는 경제 회생이 우선이라는 시민들의 시위에 대통령이 봉쇄해제를 압박했다. 확산의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하는 유럽에서도 '봉쇄와 재개'라는 역설에 봉착하자 경제활동 재개를 주장하는 지도자들의 목소리가 여론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종식은 멀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온데간데 없다.
이런 현실은 소위 '반(反)지성주의'와 닮았다. 말그대로 지성에 반하는 사상인데, 지식인 등을 불신하거나 조롱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절대 다수가 원하는 쪽과 관계없이 최선의 해결점을 지향하는 반면, 지도자들은 민생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이 구조가 반엘리트 의식을 자극한다.
문제는 전문가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가 코로나19만큼이나 지구촌 곳곳에서 빠른 확산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표를 의식해 전문가 의견을 애써 축소하는 현상이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에서 나오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더 이상 올바른 정보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또 전문가들이 소신 보다 지도자의 주장에 순응할 수 있다. 이런 일은 이미 현실화됐다. 미국 CNN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역 전문가들의 처지를 "허위정보와 과학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 보다 독재체제에서 정치적 이견을 억누를 때 흔히 나타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를 계기로 등장한 '큰 정부론(論)'과 맞물려 더욱 커질 가능성도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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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이 경제를 재개하겠다고 못박은 5월을 맞이하는 심정은 그래서 복잡미묘하다. 전문가와 지도자의 힘겨루기가 결과를 드러낸다는 점은 또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전염병 광풍을 막고 민생을 구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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