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도시순례]선거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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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선거는 도시의 상징이기도 했다. 중세 유럽에서부터 도시는 자율권을 가지고 스스로의 대표를 선출하던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독자적인 조세권과 규율을 정할 수 있는 도시의 권리는 도시를 자유롭고 다양한 공간으로 만드는 요인이 됐다. 도시에 존재하는 다양한 직업들은 직업별 조직을 토대로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했으며, 이것은 이후 길드를 거쳐 각종 조합 그리고 비례대표와 같은 정치적 대표로까지 확대됐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에 들어선 공장들은 많은 인구들을 집중시켰다. 열악한 근무조건에 대한 불만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자본에 대해 조직화된 힘으로 맞서도록 했으며, 이러한 힘은 자신들의 대표자를 의회로 진출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이 과정에서 과거 농촌에 기반한 세습귀족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졌던 선거구들은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으로 점차 개편됐으며, 점차 도시는 한 국가의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는 지역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과 미국을 거쳐 점차 전 세계로 확산됐다. 도시의 성장은 사회의 권력구조를 변화시켰다. 도시의 근본적 힘인 '인구'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규모 개발사업들은
기존 구성원의 유출과
외부로부터의 유입촉진
정치적 변화 요소 작용

4월15일 치렀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여러 가지로 해석해볼 수 있다. 여당의 압도적 승리로 요약될 수 있으며,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여당의 강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이러한 점은 과거 오랫동안 유지돼 오던 영남, 호남 등 지방에 종속된 개념으로 인식되던 서울과 수도권이 별도의 정치적 영역으로 대두됐음을 명확히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도시의 인구 증가와 지방의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유지돼오던 지방의 과잉대표는 헌법재판소의 지속적인 선거구 인구편차축소 판결에 따라 해소됐으며 이제는 수도권이 더 중요한 세력권으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지역적으로도 살펴보면 광역시를 포함한 대도시들의 정치적 비중은 커지는 반면 농촌지역의 비중은 급속도로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도권에서의 당선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연결 범위를 알 수 있다. 서울 및 서울과 연접한 지역 등을 중심으로는 여당 당선자들이 대부분인 데 비해 경기도 외곽 지역의 경우 야당이 당선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분화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지역별 교류의 정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거주지는 수도권이지만 직장은 서울에 위치한 경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이 위치한 지역의 정치적 경향을 따르는 확률이 높다는 것을 선거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교통망을 따라 수도권이 광역화됐으며, 하나의 집단으로서의 경향을 강화시키고 있음을 선거 결과는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GTX, 신안산선 등이 완공되는 2020년대 후반이 되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인구와 동질화되는 공간구조는 향후 수도권의 움직임이 정치적 향배를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가 될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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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내부적으로 보면 선거는 도시사회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도구의 역할을 한다. 과거 서울 거주자 대부분이 지방 출신인 시절에는 선거를 준비하는 데 있어 핵심적 요소는 유권자의 본적(本籍)이었다. 어느 지역 출신이 얼마큼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준비였다. 이를 위해 본적지는 물론 원적지까지 꼼꼼하게 따져야 했다. 그렇지만 점차 서울과 수도권에서 태어나 자란 세대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출신지역의 영향은 지속적으로 퇴조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본인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정체성을 부여하는 세대의 증가는 서울과 수도권을 과거와 같이 영호남 등 지방의 종속변수로 바라볼 수 없도록 만들고 있음을 선거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도시에서 벌어지는 각종 재개발ㆍ재건축 사업들 역시 도시 사회구조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개발사업은 기존 구성원의 유출,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유입을 촉진시킨다. 한 지역의 미시적 정치 및 사회구조는 일단 형성되면 유지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대규모 개발사업들은 한번에 이러한 구조를 변화시키고,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재개발의 경우 고령자 위주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젊은 중산층 거주지로 변화시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동별 선거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여당의 압승에 따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동, 그리고 아파트 단지 등으로 세분화해서 살펴본 선거 결과는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도시사회구조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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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동별 선거결과 보면
물밑에서 이뤄지는
도시사회구조 변화 반영
코로나 위기 정부 대응 따라
도시모습과 구성도 달라질 것

미래의 정치구조변화 역시 도시를 통해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적인 인구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대도시의 인구는 현상유지 또는 증가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며, 이러한 흐름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기존에 추진돼오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지방에서는 인구비례로 선출되는 하원과 지역별로 균등하게 선출하는 상원으로 구성되는 양원제로의 변화를 포함한 개헌을 추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질 수도 있다.


도시 내부적으로는 재건축 및 재개발, 그리고 신도시와 같은 개발사업들이 진행되면서 지속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다. 고가의 신축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세대의 집중거주는 정치적으로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보유세 현실화 등이 지속될 경우 차후의 선거 결과는 이번과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역사적으로 도시는 언제나 변화를 가져오는 주체였으며, 정치 역시 그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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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개혁, 변화는 언제나 도시의 요구에 의해 시작됐고, 도시의 변화는 곧 국가의 변화로 이어졌다. 도시의 변화는 눈으로 보이는 새로운 건물과 교통망이 전부가 아니라 결국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구성과 인식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다. 이번 선거로 드러난 변화에 대한 요구를 정치권이 어떻게 수용하는지,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따라 도시의 모습과 구성은 달라질 것이며, 그 결과는 2022년의 선거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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