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의료의 과학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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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예술의 영원성을 찬탄할 때 우리는 흔히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경구를 들먹인다. 하지만 이 말은 히포크라테스가 의학 공부의 정진을 촉구하며 한 말이라는 해석도 있다. 당시 의학은 예술적인 것으로, 의료 행위는 의사 개개인의 차이가 큰 예술로 여기었다. 이후 의학은 과학을 토대로 하는 학문으로 발전하였고.


의료의 과학적 측면이란 근거 중심의 의학을 말한다. 의사는 '왜' 그러한 검사와 진단과 치료가 시행되었는지 형태화, 수치화, 통계화된 근거를 통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골절이나 추간판 탈출이라는 형태학적 자료를 제시하거나, 혈액 검사 결과에서 범위를 벗어난 수치를 설명하고, 갑작스럽고 심한 두통에서 단층촬영을 해야 하는 통계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이러한 과학적 검사 자료들이 의학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의학의 예술적 측면이란 예술가의 창조성처럼 진료하는 의사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되는 상황을 말한다. 같은 증상의 환자를 진료하더라도 의사에 따라 진단이 다를 수 있고 따라서 치료 또한 다를 수 있는데 특히 통증학처럼 비교적 미개척 분야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 수술은 물론이고 간단한 시술 심지어 정맥주사에 이르기까지 의사의 기량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이는 의료의 예술적 측면에 관한 특징을 아주 잘 나타내어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진단을 '어떻게' 내렸고 약을 '어떻게' 썼으며 시술을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 된다. 이처럼 '어떻게'를 결정하는 의사 개인의 차이가 의학의 예술성을 결정한다.


현대의학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측면과 예술적이고 주관적인 측면 모두를 포함한다. 과학적 검사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만 과학적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병인도 적지 않다. 과학적 측면만 절대시한다면 검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는 이상은 치료할 수 없고 형태학적 이상을 보이지 않는 통증은 치료할 수 없다. 반면 검사 자료는 의사가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거기에 더하여 의사는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이상까지 찾아내는 숙련도를 발휘하여 치료 효과를 높인다. 그렇다면 의사와 환자 모두 두 측면의 장단점을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는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이상'이라는 근거를 찾아 많은 병원을 전전하며 수많은 검사를 되풀이할 필요가 없고 솜씨 좋은 의사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떠돌면서 원인 검사를 놓쳐서도 안 되겠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의료를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 현대인이 많다. 그만큼 기계가 분석한 데이터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그럼에도 과연 의사의 역할이 축소된 의료가 최선일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집을 지으려면 '왜' 그러한 건축 자재를 써야 하는지 근거도 중요하다. 하지만 같은 자재라도 '누가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 못도 중요하고 목수도 중요하듯이, 최상의 치료 결과를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와 의학의 예술성이라 할 수 있는 의사의 숙련도 모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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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석 행복마취통증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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