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편집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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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편집기획팀장]"정부와 국회에 바라는 거요? 없어요. 간섭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등장하기 이전 경영계의 한결같은 바람은 입법부와 행정부로부터의 '자유'였다. 인적 자원이 풍부하고 조직이 탄탄하며 곳간(현금 유동성)이 넉넉하다 보니 정부의 지원이 달갑지 않고 규제 입법만 만들어내려는 국회는 마뜩지 않던 게 사실이다. 바라는 것은 그저 기업이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도록 간섭만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상황을 바꿔놨다. 코로나19발(發) 위기는 소비 침체, 내수ㆍ수출 부진을 넘어 기업 경영의 근간을 흔들었다. 위기에 강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놨다고 생각하던 기업조차 연봉 반납에 무급휴직, 조업 중단 등의 비상경영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대략 지난 1, 2월 시작된 위기는 3, 4월 최악을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위기는 5월부터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주력 산업을 이끌어오던 대기업들마저 정부에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정부도 당초 '대기업까지 지원하기는 어렵다'라거나 '선(先) 자구ㆍ후(後) 지원 검토'라는 기조에서 벗어나 고용 안정을 전제로 주력 기간산업에도 지원키로 방침을 정했다. 세금 감면을 비롯한 세제ㆍ금융 지원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이 직간접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확실한 것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은 공적자금이 들어가면 어떤 형식으로든 정부의 '입김' 아래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이 있지만 좀 더 들어가면 "세금이 들어간 곳에 정부가 있다"는 말이 있다. 단 1원이라도 세금이 들어갔다면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관치(官治)의 필요조건인 셈이다. 관치는 정권에 매력적인 수단이다. 세금 또는 정책자금이 투입된 곳(기관ㆍ기업)이니 관리와 감독, 감시의 명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대상이 기관장이든 감사든 이사회든 민간ㆍ공공기관 할 것 없이 말이다. 정권과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가 있거나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이들(낙하산)을 보낼 수 있고 여러 경로를 통해 의사 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 경영계에서는 그간 "지원은 하되 간섭은 말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아쉽게도 이번은 다르게 보인다. 코로나19로 정부가 빚을 내면서까지 대기업을 지원하게 됐으니 말이다. 수십조 원의 혈세가 투입됐으니 정부로서는 혈세가 제대로 쓰이는지, 효과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원만 하고 끝"이 아니라 "지원이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와 기업 양쪽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정부에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간섭의 대표적 유형은 정권의 사람을 꽂아넣는 낙하산이다. 해당 분야의 경험도, 식견도, 비전도 없는 이가 낙하산으로 간다면 우산(정권의 방패막)이 될 수는 있지만 바람(위기)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낙하산 때문에 망했다는 대우조선해양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기업을 도와주는 데서 끝내야지 기업을 이끌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면 대표적 기간산업이자 수출업종으로 저유가의 피해를 보고 있는 정유와 석유화학 등에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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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는 어느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이 요구된다. 정부가 고용 안정, 도덕적 해이 방지, 정상화 이익 공유 등의 전제조건을 단 것은 대기업 지원에 대한 특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부터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가야 한다. 전례가 없다 보니 정답보다 해답을 찾아야한다. 관치를 하겠다면 경제와 기업을 살리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하는 쿨(cool)한 관치 모델을 만들기 바란다.


이경호 편집기획팀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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