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하고도 멀쩡히 취업" 성범죄 의료인 처벌 강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자친구 성폭행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받은 의대생 졸업 앞둬
최근 5년간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 611명 중 자격정지 처분 4명 불과
대전협 "국가시험 자격 요건 강화해야"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여자친구를 성폭행하고 음주운전까지 한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대생이 졸업을 앞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의대생이 국가고시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 의대생은 재판 이후로도 병원 실습·수업 등에 참여했으며,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데 아무런 제한도 없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간, 폭행, 음주운전을 한 의대생은 의사가 되면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게시 후 하루 만에 1만7000건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해당 글에서 청원인은 "전북 소재 모 의과대학 본과 4학년인 A(24) 씨는 강간과 상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넘겨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며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이 이런 가벼운 처벌을 받고 의사가 되어 환자를 본다고 생각하면 시민 중 한 사람으로서 신체적, 정신적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의사 면허는 살인한 경우에도 영구박탈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런 범죄자가 의사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가 (이 학생을) 출교해주길 바라고, 혹시 졸업하더라도 보건복지부는 (학생의) 의사국가고시 응시를 못 하게 하거나 면허를 부여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A 씨는 지난 2018년 9월3일 오전 전주시 한 원룸에서 여자친구 B 씨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성폭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씨는 B 씨가 '이제 연락하지 말자'고 하자 찾아가 뺨을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을 가했고, 지난해 5월11에는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음주운전 혐의도 적용됐다.
A 씨는 재판을 받는 1년7개월여 기간 동안 재학 중인 학교 측으로부터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고, 병원 실습과 수업에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불거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대생 A 씨의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3일 오전 1만7000건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원본보기 아이콘직장인 A(30) 씨는 "내 가족이 성범죄 전과가 있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면 불안할 것 같다"며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장인 B(28) 씨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에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데, 어떻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멀쩡히 취업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성범죄자가 의료계에 유입되지 않도록 원천차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행법에는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규정이 없다. 의료법 제8조가 규정한 의료인 결격사유는 마약중독자·금치산자·한정치산자·의료 관련 법률 위반자 등으로, 성범죄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제66조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에 성범죄를 포함해 1년 이내 범위에서 의사 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실제 면허 정지 처분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2일 경찰청이 공개한 '최근 5년간 의사 성범죄 검거현황'을 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성폭력 범죄로 검거된 의사 611명 중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사람은 1%가 채 안 되는 4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2일 경찰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는 지난 2014년 83명에서 2018년 163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반면 성범죄로 검거되는 의료인은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같은 자료에서 성범죄로 경찰에 붙잡힌 의사는 지난 2014년 83명에서 2018년 163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국회에는 현재 △성범죄 의료인의 면허를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 △성범죄 징계자 국가시험 응시 제한 △성범죄 의료인 신상 공개 △그루밍 성범죄 의료인 형사처벌 가중 등 관련 의료법 개정 법안 8개가 계류된 상태다.
한편 전문가는 의료계의 자율규제 권한을 강화해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2일 발표한 '성범죄 의사에 대한 대전협의 입장'에서 "의사면허 소지자는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이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시험 자격 요건부터 강화해 성범죄자의 근본적 진입을 막아야 하고, 이후에는 전문가 집단에 강력한 규제권을 부여해 자정작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나도 3700억 받을 수 있나"…26일부터 한도 없어...
이어 "의료인에게는 엄격한 윤리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전문가평의제의 자율규제 권한을 강화해 사법 체계가 보지 못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직장 동료, 혹은 같이 일하는 전문가가 선제적으로 적발하고 면허를 박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