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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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우리는 열이 나면 약국에 가서 약을 사먹거나 동네 병원에 간다. 증세가 심해지면 종합병원에 가서 치료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긴급 재난 상황이 닥친 지금 우리의 대처는 단순히 열이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병원에 가기에 앞서 1339에 전화해 상담하고 코로나19가 의심되면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 한다. 혹시라도 모를 전염을 막기 위해서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긴급 재난 상황이다. 통계청 3월 고용동향을 보면 3월 취업자 수가 19만5000명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시사했고, 2분기에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긴급 재난 상황이 닥친 지금 산업계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식은 코로나 이전과 얼마나 다를까.

지금까지 5차례 종합대책을 포함해 정부가 발표한 기업지원정책을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처럼 기업규모를 나눠 선별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당장 오늘 내일을 버티기 힘든 중소기업ㆍ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당연하다.


문제는 지원대상에서 대기업은 제외하고 시작하는 것에 있다. 지금은 보완책을 마련해 지원대상이 확대됐지만 당초 면세점 임대료 감면 대상에 대기업ㆍ중견기업을 제외했던 것이나, 항공업계 긴급운영자금 지원대상을 LCC로 한정했던 것이 그 예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 및 고용위기지역, 재난지역의 기업에 대한 소득세ㆍ법인세 감면같은 조세지원도 소상공인ㆍ중소기업으로 한정해 대기업은 제외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지금은 긴급 재난 상황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업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산업을 할퀴고 있다. 2월 생산ㆍ소비가 9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하고, 4월 현재까지 일평균 수출금액이 전년 대비 17% 가까이 줄었다.


전세계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이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멀쩡했던 기업도 코로나19로 거래처와 수출길이 막히고 공장이 셧다운되면서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실했던 대기업조차 작은 바이러스로 인해 생산ㆍ소비 활동이 멈추며 현금줄이 마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대표 항공사는 급여 줄 돈이 없어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정유 대기업들도 쌓여가는 재고와 적자 확대로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전자, 자동차, 화학업종의 국내외 공장도 문을 닫고 반도체까지 수출실적 급감이 본격화되고 있다. 산업생태계 길목 곳곳이 막히며 기업 규모를 떠나 한 목소리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열이 났을 때 우리의 대처가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달라진 것처럼 평상시 기업규모를 기준으로 달리했던 산업계 지원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비상경제시국 맞춤 기업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13일 주요국 코로나19 조세지원 정책 분석 보고서에서 각국의 코로나19 지원책의 최우선 목표는 '기업 유동성 확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업규모와 무관하게 피해 기업이라면 피해구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던 천재지변이다. 순식간에 국내 산업을 쓸어가고 있는 코로나19 앞에서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산업계가 도미노로 쓰러지지 않도록 기업규모를 떠나 피해기업에 대한 긴급구호조치가 필요하다.


지금 이 위기는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바이러스에 기인한 것인 만큼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신속하고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멀쩡한 대기업도 일시적 유동성 문제로 도산할 수 있고 대기업이 무너지면 파급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복구도 더더욱 어려워진다. 바이러스는 덩치를 따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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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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