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날 모임 장소 바꾸고
직원전용 출입구 통해 이동
보안요원이 취재진 접근 막아
비상경제회의 전 애로사항 청취

장동현 SK 사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비롯한 5대그룹 경영진과 코로나19 사태 관련 산업계 대책을 논의 하기 위해 조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장동현 SK 사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비롯한 5대그룹 경영진과 코로나19 사태 관련 산업계 대책을 논의 하기 위해 조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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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성기호기자, 이기민 기자] "그렇습니까? 하하하!"

22일 오전 7시45분께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2층 이탈리안 레스토랑 VIP룸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곳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장동현 SK 사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 5대 그룹 사장단이 비공개 조찬 모임을 했다.


청와대는 김 실장과 5대 그룹 경영진 간 정례 회동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으로 엄중한 시국임을 의식해서인지 이날 모임은 장소 선정에서부터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들이 만날 장소는 정치인이 즐겨 찾는 인근의 유명 한식당이었다.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 쓴 기색이다. 이날 오전 7시25분께 장 사장만이 호텔 정문으로 입장했을 뿐 나머지는 지하 주차장을 통해 레스토랑 직원 전용 출입 통로를 이용하는 등 철저히 외부인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했다. 곳곳에 보안 요원이 배치돼 취재진과의 접촉을 막았다.


7시45분께부터 VIP룸으로 조찬 메뉴가 들어가면서 밝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장단이 돌아가면서 진지하게 발언을 했고 김 실장은 듣고 답했다. 김 실장이 간간이 농담을 던지면 웃음이 터지는 등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칠 무렵 분위기는 다소 진지하게 변했다. 모두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8시54분께 김 실장이 왼손에 자료를 들고 VIP룸 밖으로 걸어나왔다. 김 실장은 기업이 가장 절실하게 지원을 당부한 사항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일반인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대신 보안 요원의 경호를 받으며 전용 출구로 먼저 나갔다.


5대 그룹 사장단은 김 실장이 자리를 떠난 뒤에도 약 25분 더 자리를 지키며 낮은 톤으로 대화를 나눴다. 9시20분께 권 부회장이 먼저 이석했고 나머지 사장들도 함께 나와 직원 전용 출구로 빠져나갔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날 조찬 모임은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일자리 대책 및 기간산업 지원 방안을 논의할 5차 비상경제회의를 앞두고 주요 그룹 경영진으로부터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자리가 무너지면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그로부터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고용 유지 기업에 대한 최대의 지원책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청와대 측은 이날 회동에 대해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일은 김 실장이 일상적으로 수행해오던 업무"라며 "기업들의 어려움을 듣고 정부 정책을 공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5대 그룹 사장단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정부의 특단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경제단체 등을 통해 기업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달라는 건의를 수차례 해왔다. 이에 기업어음 인수 등 단기 자금 지원 규모 확대와 기존 대출의 상환 및 이자 유예 등 요청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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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2공장에 반도체 기술진을 긴급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전세기를 띄워 해외 공장에 필수 인력을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해외 출장 지원을 강화해달라는 건의와 법인세·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납부 유예, 4대 보험 및 세금 납부 기한 연장 등 간접적인 유동성 지원 방안도 거론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성기호 kihoyeyo@asiae.co.kr
이기민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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