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존과학센터, 1년 7개월 만에 창경궁 자격루 보존처리 마쳐
오염물 제거·재질 강화 "밀랍주조기법으로 주조했을 가능성 커"

보존처리한 창경궁 자격루

보존처리한 창경궁 자격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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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자격루는 조선의 표준시계였다. 물의 증가나 감소에 따라 자동으로 시각을 알려줬다. 장영실이 1434년 세종의 명으로 만든 자격루는 전하지 않는다. 1536년 다시 제작한 자격루의 일부인 파수호 세 점과 수수호 두 점만 창경궁 보루각에 남아 있었다. 파수호는 물을 보내는 청동 항아리, 수수호는 물을 받는 청동 원통형 항아리를 뜻한다.


왼쪽 수수호 상단에는 제조 당시 주조 돋을새김(양각)한 명문이 있다. 자격루 제작에 참여한 열두 명의 직책과 이름이 세로로 새겨져 있다. 영의정 김근사(1466-1539)와 좌의정 김안로(1481-1537), 우찬성 유보(1470-1544), 공조참판 최세절(1479-1535), 우통례 박한(?), 천문학교수 신보상(1496-1570), 소격서참봉 강영세(?), 천문이습관 인광필(?)이다. 나머지 네 명은 글자가 마모돼 알 수 없었으나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뒤늦게 밝혀졌다. 사헌부집의 안현(1501-1560)과 사복시 정 이공장(?), 사헌부장령 김수성(미상~1546), 장악원주부 채무적(1500-1554)이다.

보존처리 전 수수호(좌측) 명문

보존처리 전 수수호(좌측) 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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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1년 7개월 만에 창경궁 자격루(국보 제229호) 보존처리를 마쳤다고 22일 밝혔다. 자격루는 덕수궁 광명문 안으로 옮겨 전시되면서 흙먼지를 제거하고 기름을 바르는 등 가벼운 보존처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청동 재질의 부식과 손상을 막을 수 없어 2018년 6월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이동해 보존처리를 받아왔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보존 상태를 정밀하게 조사해 부식의 범위와 종류부터 파악했다. 3차원 입체 실측을 활용해 유물의 형태를 정밀하게 기록했고 비파괴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표면에 청동 부식물이 형성되고, 그 위에 실리콘 오일 성분의 기름과 흙먼지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계면활성제, 초음파 스케일러(초음파 진동의 미세 흐름을 이용해 표면 이물질을 제거) 등을 이용해 오염물을 제거하고 재질을 강화했다.

보존처리 후 수수호(좌측) 명문

보존처리 후 수수호(좌측) 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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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한 보존처리를 거친 수수호는 상단의 명문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새롭게 확인된 제작자는 안현과 이공장, 김수성, 채무적. ‘조선왕조실록’과 ‘국조인물고’, ‘문과방목’에는 자격루 제작 시기에 이들이 명문의 직책을 맡았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천문 전문가로 자격루 제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고 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3차원 입체 스캔과 실리콘 복제를 통해 수수호 왼쪽과 오른쪽 표면에 새겨진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 문양의 얼굴과 수염이 조금 다르다는 것도 확인했다. 용 문양에 겹쳐진 구름 문양이 수수호 표면에 용 문양을 붙인 뒤 구름 문양을 붙여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수수호는 정교한 형태로 조각한 문양을 순서대로 붙여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밀랍주조기법으로 주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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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파수호 은입사 표출 전 후

큰 파수호 은입사 표출 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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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파수호의 표면에는 자격루 제작 시기를 알려주는 ‘가정병신육월 일조(嘉靖丙申六月 日造)’가 세로로 새겨져 있었다. 비파괴 성분 분석 결과, 검은색 명문에서는 은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부식으로 검게 보였으나 이번 보존처리로 은백색의 본래 빛을 되찾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자격루 제작 완료 시기에 맞춰 큰 파수호 표면에 은입사 기법으로 명문을 새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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