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정부의 비상경제대응 체계를 강화해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되고 범경제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경제 중대본 체제의 본격 가동을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위기가 끝날 때까지 위기 관리, 일자리 보호, 기업 보호 등의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하는 위기 극복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 달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소비, 수출, 고용 등 각종 지표로 현실화되자 경제 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 중대본 체계를 가동해 본격 대응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현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위기관리대책회의를 확대 개편해 경제 중대본을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정세균 총리가 주재하는 방역 중대본의 모델을 경제 중대본으로 삼는 듯하다. 우리의 방역 모델이 해외로부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듯 경제에서도 그와 같은 성과를 내고 싶은 것이다. 방역 중대본이 그나마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방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신뢰하고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끼어들 틈이 많지 않았다.

그러니 국민도 방역 중대본의 결정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충실히 따르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와 정치권의 흐름을 보면 과연 경제 중대본이 제대로 흘러갈지 걱정부터 앞선다. 지금 진행 중인 긴급재난지원금 논란을 보면 과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경제 중대본이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벗어나 전문성을 발휘할지 의문스럽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7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정청은 앞서 소득하위 70%에게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확정, 발표됐다.


그런데도 여당은 지난 21대 총선 과정에서 뜬금없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고민정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해겠다"고 내뱉은 것이다. 이는 당정청이 합의하고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을 여당 원내 대표가 번복한 것이다. 도대체 '고민정 후보 당선'과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간의 논리적 연결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예상대로 총선 이후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당은 3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더라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으나 정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 코로나19의 파급영향이 언제까지 어떻게 나타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추가 재정역할과 이에 따른 국채발행 여력 등도 조금이라도 더 축적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득하위 70% 지급 방침이 나왔을 때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논란을 없애자고 이제 와서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할 경우 또 다른 논란거리만 생길 뿐이다. 소득상위 30%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당장 시급한 계층이 받아야 할 금액을 줄이겠다는 일부의 제안도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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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하나만 봐도 이렇듯 정치권의 입김이 거센데 앞으로 가동할 경제 중대본에 시어머니들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이나 패배한 야당이나 모두 한마디씩 거들 경우 혼란은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방역을 철저히 전문가들에게 맡겼듯이 경제도 전문가에게 일임해야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경제살리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 중대본에 확실히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강희종 경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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