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한 무렵 나는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설 명절이 낀 기간에 금식하면서 입원하고 있으려니 참 서글프고 따분했다.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자 낯설고 불편한 상황이 전개됐다. 병원에서는 아주 까다롭게 방문객과 환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동선을 감시했다. 그야말로 병실에 갇힌 신세로 지내다가 겨우 퇴원해서 나왔다. 그 병원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부실한 환자 관리로 혹독한 비난을 받은 경험 때문인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유난을 떤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가 대량 확산하면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가 발병했을 때만 해도 '한국인은 마늘을 먹어서 걸리지 않는다'라고 할 정도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자 정부 방역 체계와 민간 의료 시스템이 총동원됐다. 정부와 민간 의료계, 그리고 전염병 예방을 위한 높은 시민의식이 시스템적으로 연계돼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넷플릭스 영화 'I Am Legend'를 봤다. 지금 우리가 겪는 코로나19 사태를 연상케 하는 영화다. 전 세계 인구 중에 90%가 사망하고 나머지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좀비처럼 변종인류가 된 현실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인 주인공이 다른 생존자를 찾으면서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영화였다. 주인공이 마네킹과 대화하며 살아 있음을 느끼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먹는 것 외에 소통이 필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모두가 고립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팬데믹 전보다 더욱 소통을 갈구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난 상황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재난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이전에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동료를 찾는 일이다.
한국은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세계 최초로 선거를 치른 나라가 됐다. 여야의 선거전이 첨예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든 사회적 모임을 자제하는 초유의 분위기 속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총선 결과 정부ㆍ여당의 압승, 야당의 참패 원인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ㆍ여당의 대처 능력이 한몫을 했다는 여론이 많다. 국민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정부의 경제 실정과 양극화된 국론 분열, 여야 대립의 책임론보다는 전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과 공감 능력에 손을 들어줬다고 볼 수 있다.
총선 결과에 따른 한국의 현실에 영화를 보며 느낀 감정이 오버랩됐다. 코로나19 사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였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어떻게 할지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며 우리 국민은 어떤 가치나 기준을 생각했을까? 보수와 진보? 정부·여당의 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 야당의 수권 능력? 그런 것을 생각하기에는 코로나19가 파괴한 기존 질서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세상이 될지 가늠도 되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국민이 하고 싶던 얘기는 '살 수 있게 해주세요' '제 얘기를 좀 들어주세요'가 아니었을까.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내년에 못하면 9700만원으로 뚝…'6억 vs 4.6억 vs...
할리우드 영화답게 영화는 주인공의 헌신으로 치료제 백신이 개발되고 잔존한 인류가 치료받고 다시 살아나게 된다. 헌신한 개인은 전설이 됐고, 이후 모두가 다시 살아나 전설이 됐다는 "We are legend"로 영화는 마친다. 국민의 절실한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 모두가 협력해 코로나19 이후의 각종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모두가 다시 살아나 전설이 되기를 소망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