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8대 4 의견
"근로계약 맺고 월급 주는
'진짜 사장'만 교섭 대상"
하청노조, 현대重 상대로 낸 소송 최종 패소

대법 전합 “HD현대重 하청노조, 원청 교섭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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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업체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원청이 업무 현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직접 고용 관계가 없다면 법적인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 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1일 전국금속노조가 HD현대중공업(피고)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에서 하청노조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2016년 HD현대중공업 사업장 안에서 일하던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원청 측은 "우리가 직접 고용한 직원이 아니므로 교섭할 이유가 없다"며 거부했고, 노조는 도급인인 원청이 실질적인 권한을 쥔 사장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핵심은 '도급 계약'만 맺었을 뿐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회사를 옛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볼 수 있느냐였다. 대법관 12명 중 8명(다수의견)은 원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조법상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월급을 주며 지휘·감독하는 사람"이라는 1986년 판례를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만큼, '교섭 의무가 있는 사장'의 범위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노동조합법이 개정되면서 사용자 개념이 확대되긴 했지만, 과거 사건에 새로운 법리를 거슬러 적용해 판례를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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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4명의 대법관(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은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업무 외주화와 간접고용이 늘어나는 등 노동 현실이 변했다"며 "비록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단체교섭에 응하는 것이 헌법상 노동3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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