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주택시장서 중개사는 乙…'집값 올린다'는 편견입니다"
박용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인터뷰
중개사 과잉배출, 규제, 코로나19…위기
부동산 시장 투명화 위해선 문제 손봐야
협회 의무가입화, 지도단속권 부여 필요
[대담=정두환 건설부동산부장, 정리=문제원 기자] "최근 정부규제와 경기침체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서 상당수 개업공인중개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지금처럼 공인중개사가 매년 큰 폭으로 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그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명한 부동산 시장을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손봐야 합니다."
부동산 거래시장 위축이 심상치 않다. 3월 이후 집값 하락세가 확산하면서 거래도 급감하는 분위기다. 개점 휴업 상태의 중개업소도 늘고 있다는 것이 일선 현장의 목소리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전국 10만6000여명에 달하는 개업공인중개사들의 모임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박용현 회장 역시 중개업계가 '위기'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같은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공인중개사의 과잉 배출"이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시장은 외부 요인에 따라 호황과 침체를 오가는데 공인중개사 숫자는 매년 수만명씩 늘다 보니 경쟁이 비정상적으로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경쟁으로 중개사들 사이의 분쟁이 늘고 허위광고, 담합 등으로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청룡동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관에서 박 회장을 만나 공인중개업계의 과제와 해법, 업계 발전방안 등에 대해 들어 봤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와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상당히 위축됐다. 업계의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상당히 규제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은 매수심리가 매우 집중됐고 일부 지역은 거래가 위축됐다. 부동산 현상은 국지적인데 따른 것이다. 다만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거래가 많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그럼 당연히 중개사들은 일거리가 줄어 어려워진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중개사무소를 개설하는 것보다 폐업을 하는 숫자가 더 많았다. 그만큼 힘든 중개사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실업 구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8년에는 합격자가 1만6885명이 나왔고 지난해에는 2만7078명에 달했다. 매년 들쑥날쑥하지만 전체적으로 공인중개사 숫자는 너무 많다. 시장이 투명해져야 하는데 자격증을 마구 배출하면 과잉 경쟁이 되고 부작용도 많아진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45만명에 달하는데 그 중 실제 개업공인중개사는 10만6000명(23.5%)이다. 중개사들의 입지가 상당히 불안하다.
-공인중개사들이 부동산 시장의 투기를 조장한다는 인식도 있다.
▲그 부분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 중개사들의 투기 조장은 있을 수 없다. 거래 구조를 알면 절대 그렇게 얘기할 수 없다. 그렇게 말하려면 지난해 서울 강남이나 올해 성남, 수원 등의 집값이 크게 오를 때 가담을 했어야 하는데, 실제 보면 중개사들 중 돈을 크게 번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 목동 등에서 집값담합 논쟁도 있었다. 중개업소가 담합의 주체라는 말이 있고, 또 한쪽에선 집주인들이 담합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도 한다.
▲정부에서는 집값이 오르면 마치 중개사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중개사는 '을'이다. 예를 들어 한 아파트의 시세가 5억원 정도인데 급하지 않은 집주인이 6억원에 광고를 해달라고 하면 중개사는 그렇게 매물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럼 다른 집주인들이 5억원에 집을 내놓겠나. 만약 6억원에 거래가 체결되기라도 하면 5억원 매물은 쏙 들어가고 호가가 6억5000만원으로 뛴다. 중개사가 5억원에 매물을 올리면 단지 내에서 능력이 없다고 소문이 난다. 일부 집주인 커뮤니티에선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하기도 한다. 오는 8월부터 허위매물을 올리는 공인중개사들은 과태료를 물기 때문에 집주인들의 요구를 받아줄 수밖에 없다. 현 거래 구조에서 중개사들에게는 가격 결정권이 없다.
-투명한 거래 시장 질서 확보를 위한 대안이 있나.
▲공인중개사협회를 반드시 의무가입단체로 만들어야 한다. 그럼 변호사단체처럼 자율적인 윤리규정을 만들 수 있다. 시세가 5억원인데 6억원으로 매물을 올리는 등 규정을 위반하면 패널티를 주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중개사가 불법을 저지르거나 무등록 중개업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지역에 있는 중개사가 가장 잘 안다. 협회가 제보를 받아서 패널티를 주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 중개시장을 투명하게 만들수 있는 첫번째 방법이다.
-네이버 부동산과 직방, 다방 등 다양한 플랫폼이 생기면서 중개업계가 많이 바뀌었다. 그렇다보니 기존 중개사무소와 새로운 플랫폼간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갈등을 풀어갈 묘안이 있나.
▲중개업계가 많이 변하고 있다. 직방이나 다방 등이 많이 성장하면서 중개사들도 광고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다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업계도 변해야 한다. 교육을 강화해서 중개사들이 발전 할 수 있어야 하고, 규모화를 시켜나갈 때도 됐다. 중개사들도 3명이나 5명, 30명이 모여 법인화하고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5억원 짜리 빌딩을 거래한다면 일반 중개업소에는 잘 안 맡긴다. 500억~1000억원 규모가 되면 중개업소가 하는 경우는 없고 대형로펌이 낀다. 우리도 일반 주택부터 대형 부동산까지 맡을 수 있도록 전문화, 다층화시켜나가야 한다.
-업계 발전을 위해 국토부와 협업할 수 있는 측면이 있나.
▲누가 뭐래도 부동산 유통 시장에서 공인중개사만큼 전문가는 없다. 중개사들은 항상 현장에 있기 때문에 가격이 왜 오르는지 가장 잘 알 수 있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 일선 중개사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현업에 있는 중개사 중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148명 있다. 이런 인재풀을 이용해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에 힘이 됐으면 한다.
-곳곳에서 집값 하락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다.
▲정부의 강한 의지 때문에 조정기를 거치면서 하향기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있다보니 상당기간 하락세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집값 폭락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인가.
▲집값 상승기에 가격이 10이 올랐다면 하락기엔 1~2가 떨어진다. 그럼 결국 8이 올라 있는거다. 이런 흐름이 국민들에게 학습효과로 남아있다. 총선이 끝났고 정부 규제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하니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회복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과 국민들 소득을 보면 현재 집값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그런데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아주 높은 건 아니다. 물론 강남 등 일부 지역은 과도하게 높긴하다.
-정부가 규제를 계속 강화하는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
▲규제는 규제를 낳는다. 아이러니 한 것은 박근혜정부 때는 전세 살지 말고 대출받아서 집을 사라고 했다. 그런데 국민들은 집을 사지 않고 집값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집값이 조금 오르니까 강력하게 규제한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가격이 오른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정책을 이기지 못한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책이 결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중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부동산 대출 규제는 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이다. 투기세력이 아닌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문제점도 있다. 또 7~8억원 임대주택에 살면 보유세가 없는데, 5~6억원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에 융자를 절반쯤 끼고 살면 세금을 다 낸다. 이 부분도 다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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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정두환 건설부동산부장
정리 = 문제원 기자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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