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국채 피하려다 '환율 비상금' 끌어 쓴 정부
정부, 임시국무회의서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의결
중앙정부 소요재원 7.6조원…6.4조원 지출조정·1.2조원 기금활용
공무원 인건비 7000억·국방 예산 9000억원 등 삭감
외평기금 지출도 2.8조원 줄여
[아시아경제 주상돈(세종), 장세희 기자] 정부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지출구조조정 및 기금재원 활용 등을 통해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모두 마련한 것은 국가채무 비율을 더 이상 높이지 않기 위한 차원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경제적 파고와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해 '실탄'을 아낀 셈이다. 하지만 적자국채 발행을 피하려다보니 비상금이라고 할 수 있는 기금을 끌어다 쓰는 무리수를 두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정부가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소요재원 7조6000억원 중 6조4000억원은 세출사업 삭감 등을 통한 지출조정으로, 나머지 1조2000억원은 주택ㆍ농지기금 등 기금의 조기상환 및 추가 예탁으로 마련한다.
정부는 국방(9047억원)과 사회간접자본(SOCㆍ5804억원), 공적개발원조(ODAㆍ2677억원) 등의 사업비 2조4052억원을 줄였다. 공무원 인건비 총 6952억원도 삭감했다. 금리하락에 따른 국고채 이자 절감(2700억원)과 유가하락으로 인한 난방 연료비ㆍ유류비 등 감액(2242억원) 등을 통해 4942억원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의 외국환평형기금에 대한 지출을 2조8000억원 줄이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과 주택도시기금, 농지 관리기금의 재원을 활용해 1조1748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정부는 중앙정부분 7조6000억원 중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84.2%를, 기금재원 활용을 통해 15.8%를 마련한다고 했지만 추경안을 뜯어보면 얘기가 다르다. 정부는 공자기금의 외평기금에 대한 지출 축소를 통해 마련한 2조8000억원을 지출구조조정으로 구분했지만 이는 기금에 손을 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세출구조조정(3조6000억원)과 기금재원(4조원)의 비중이 47.4%, 52.6%로 역전된다. 구조조정보다 비상자금에서 빼서 쓰는 돈이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한 12조원의 외평기금의 23.3%(2조8000억원)를 재난지원금에 끌어다 쓴 부분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외평기금은 환율을 안정시키고 투자 기금이 한꺼번에 유입ㆍ유출되는 데 따른 악영향을 막기 위해 조성하는 자금이다. 이 탓에 향후 외환시장 불안정할 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적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올해 하반기 외환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전혀 예상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외환시장에 불안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당초 외평기금의 원화자산 확충 위해서 공자기금 예수금을 12조원 편성했는데 시장 상황 감안해 2조8000억원 감액한 것"이라며 "환율 상승시엔 원화자산 수요 감소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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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이 당초 조성목적과 달리 사용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5000억원)과 주택도시기금(4748억원), 농지관리기금(2000억원) 등 총 1조1748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현재 각 기금별 여유자금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1조2000억원, 주택도시기금 27조원, 농지관리기금 7650억원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급성에는 공감하지만 각종 기금을 기금 목적에 위배되게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각 기금별 여유자금이 충분한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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