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제 소용없었다...거대 양당 나눠먹기에 비판 잇따라
민주·통합당 위성정당 꼼수...비례의석 과반 가져가
준연동형 비례제 사실상 작동 못해
시민들 "민주주의 의미 퇴색" 비판
시민단체 "선관위, 비례대표 후보 등록 허용...위헌적인 처분" 헌법소원 청구
전문가 "소수 정당 당세 취약, 인물 부족"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제21대 총선에서는 지난해 선거법 개정 핵심 사안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처음 적용됐다. 연동형 비례제는 소수 정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만큼 의석을 갖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되었으나, 사실상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및 각종 시민단체에서 비판이 이어지는가 하면, 이를 통과시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16일 오전 6시22분 기준 비례대표의 경우 개표율 92.66%를 보인 가운데 전체 비례의석 47석 중 미래한국당 19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비례대표 의석인 새누리당 17석, 민주당 13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 4석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에 적용된 연동형 비례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원 의석수를 결정하는 제도다. 거대 정당이 정당 득표율보다 훨씬 더 많은 국회 의석을 독식해온 폐단을 없애고자 올해 처음 실시됐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권순일 대법관)는 "형식적 요건을 구비한 정당의 등록 신청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미래한국당 정당등록 승인(2월13일), 시민을 위하여 정당등록 승인(3월16일) 및 더불어시민당으로 정당명칭 변경(3월25일)을 승인했다.
선관위는 지난달 27일 4·15 총선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 신청을 접수해 수리했다.
그러나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이 각각 위성정당인 시민당, 한국당을 만들면서 본래 취지가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총선이 끝나면 위성정당 시민당과 통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당 최배근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선거가 끝나면 소수 정당은 자기 당으로 돌려보내고 나머지는 민주당과 통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합당과 한국당 역시 총선 이후 합당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정치권 내에서도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선거제 개혁이 거대 양당의 꼼수 위헌정당으로 왜곡된 모습으로 앞으로 민주주의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생당도 4·15 총선을 이틀 앞두었던 지난 13일 비례위성정당 등록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민생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당과 한국당의 정당 등록을 승인한 선관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며 "시민당과 한국당은 거대 양당이 서로에 대항해 비례의석을 확보하려는 목적만을 가질 뿐, 정당의 개념표지를 갖추지 못한 위성정당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과 통합당은 이들 위성정당의 위헌, 위법성을 인식하면서도 당리당략을 위해 이들을 조직하고 운영하려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정당의 설립 및 활동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선관위의 위성정당 비례명부 수리 처분 취소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청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참여연대도 지난 7일 양대 정당의 위성 정당인 시민당과 한국당의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가 한국당과 시민당의 비례대표 후보 등록을 받아준 것은 원천 무효이자 선거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처분"이라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이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진정한 민주주의 의미 퇴색돼", "결국 당파싸움 아니냐" 등 비판이 이어졌다.
직장인 A(29) 씨는 "개표 결과를 보니 수많은 비례 정당이 등록됐음에도 거대 양당이 비례 의석을 다 가져갔다"라면서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한 건데 오히려 소수정당은 진입 기회조차 잃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결국 이번 총선은 거대 양당의 당파 싸움이었다"며 "다음 선거에서는 확실한 비례성을 보장하는 선거법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위성정당을 통과시킨 선관위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민주주의 의미를 지켜야 할 선관위에서 오히려 기득권에 몰표를 준거나 다름없다"라며 "선관위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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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소수 정당의 당세가 취약하고, 인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갑수 시사평론가는 지난달 23일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해 "선거제 개편이 각종 시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의석으로 진출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였으나, 소수 정당들이 당세가 너무 취약하고 인물이 없어 제대로 작동이 안 됐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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