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제2차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다행히 정부 목표인 하루 평균 50명 이하의 신규 확진자 발생으로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다만 여전히 외국 입국자를 중심으로 감염이 발생하고 있어 긴장을 늦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 핵심은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봉쇄와 고립이다. 중국, 대만, 홍콩, 베트남은 전염병 확산 지역에 대한 외부인의 유입이나 내부인의 유출을 봉쇄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로 식품이나 의약품 구입을 위한 제한적 이동 외에 불필요한 이동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 사실상 전쟁에 준하는 강력한 봉쇄로 감염 확산을 막고 있다. 이런 봉쇄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여행의 자유를 제한하게 된다. 범죄자를 일정 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구금 같은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국은 타 국가와 달리 봉쇄와 고립 없이 감염자와 접촉자만 확인하고 이들에 대해 격리조치하거나 실제 감염이 일어난 장소와 업종만 봉쇄하는 선택형·핀셋형 방역을 시행하고 있다.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도를 중심으로 일어난 대구, 경북의 광범위한 감염에도 중국·유럽이 선택한 봉쇄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 방역과 개인 기본권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이룬 것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나, 코로나19 초기 대만처럼 강력한 봉쇄정책이 시행됐더라면 200명이 넘는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어쨌든 미국·유럽으로부터 아직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이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상당 부분 방역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거기에다 정부 당국은 물론 국민도 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높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예컨대 확진자의 동선 공개와 관련해 사생활 침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자 정부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외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간적·시간적 정보를 특정해 공개하는 원칙을 권고했다. 감염병 방지와 개인 정보보호의 균형을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한편 정부는 해외 입국자가 늘고 있고 자가격리 중 무단이탈과 재이탈이 발생해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손목밴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자가격리자의 휴대전화와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거나 훼손 또는 절단됐을 때 공무원에게 이 사실이 자동 통보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손목밴드의 의무적 착용이 법률상 근거가 미비해 인권 침해 이슈가 있다고 보고 본인이 동의할 경우에만 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자가격리 조치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염병 환자 등과 접촉해 감염병에 감염되거나 전파될 우려가 있는 사람이나 감염병 의심자를 적당한 장소에 일정 기간 입원 또는 격리시키는 강제처분이다. 감염병의 급속한 전파력을 고려하면 이 처분을 위반해 이미 타인에게 감염이 이뤄진 후 부과되는 벌금 등의 사후 조치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자가격리 처분의 성실한 이행을 유도하고 격리 이탈에 따른 위험 확산을 조속히 방지하기 위해서는 손목밴드와 같이 처분의 집행을 확보하는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공익상 필요에 따라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상 근거가 필요하다. 또한 방역을 통해 다수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는 공익만큼 개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익도 중요하다. 다만 향후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지만, 전체 공동체의 운명과 관련된 긴급한 사항이라면 기본권 제한 관련 형식 논리보다는 실질적 차원의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나도 3700억 받을 수 있나"…26일부터 한도 없어...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사이버법센터 부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