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8일 새 앨범 '방랑자' 발매…슈베르트·리스트·베르크 곡 담아
코로나19로 쇼팽콩쿠르 후 가장 오래 휴식 "음악 소중함 새삼 느껴"

조성진 [사진= 도이치그라모폰 제공, (c) Christoph Kost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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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26)이 '방랑자'로 돌아왔다.


조성진이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내는 네 번째 앨범 '방랑자'가 다음달 8일 발매된다. 앨범에는 세 곡이 담겼다. 슈베르트(1797~1828)의 '방랑자 환상곡'과 프란츠 리스트(1811~1886)의 피아노 소나타, 알반 베르크(1885~1935)의 피아노 소나타. 조성진은 서면 인터뷰에서 '방랑자 환상곡'을 선곡한 뒤 어울리는 곡으로 두 곡 더 골랐다고 밝혔다.

조성진이 DG 음반에서 여러 작곡가의 곡을 담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발매한 음반 세 개는 모두 한 음반에 한 작곡가의 곡들로 채웠다. 쇼팽(2016), 드뷔시(2017), 모차르트(2018)였다.


조성진은 "한 작곡가만 녹음하는 게 더 편하고 쉬운 점이 많다. 그래도 한 번은 리사이틀 프로그램처럼 여러 작곡가들을 엮어 녹음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만큼 선곡의 고민이 깊었을 터.

'방랑자 환상곡'은 슈베르트가 자신의 가곡 '방랑자'에서 선율을 가져와 만들었다. 가곡 '방랑자'의 선율은 '방랑자 환상곡' 2악장에 쓰였다. 조성진은 "'방랑'이 낭만주의 시대에 굉장히 중요한 단어였던 것 같다. 슈베르트에게는 물론 리스트도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였다. 리스트가 말년에 정착을 하긴 했지만 많이 옮겨다니며 살았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 피아니스트나 음악가 같은 예술가들이 방랑까지는 아니지만 여행을 많이 하지 않나? 이런 점이 이 시대 음악가들과도 공통점이 있지 않나 해서 선택했던 것 같다."

'방랑자'로 돌아온 조성진 "이젠 내가 있는 곳이 바로 나의 집" 원본보기 아이콘

조성진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방랑자다. 그는 2012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쇼팽 콩쿠르 우승 후 2017년 독일 베를린으로 집을 옮겼다. "베를린에 있는 시간이 1년에 넉 달 정도다. 항상 연주를 하러 돌아다니는게 직업이라 (베를린에) 그렇게 많이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베를린에 돌아오면 집인 것 같다. 연주 때문에 또 호텔에 가면 편해서 집인 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있는 곳이 집이구나'라고 결론내렸다."


특별히 외로움을 크게 느끼지는 않는다고 했다. "원래 외동 아들이고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혼자 있는 걸) 힘들거나 외롭다고 느끼진 않는다. 연주를 하러 다니면 오케스트라, 지휘자 등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까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방랑자 환상곡'과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는 4악장으로 이뤄져있다. 보통 소나타는 한 악장을 마친 뒤 연주를 잠깐 쉬었다가 다음 악장을 연주하는데 슈베르트는 20여분에 걸쳐 쉼 없이 4악장 모두를 연주하도록 '방랑자 환상곡'을 구성했다.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역시 마찬가지다. 조성진은 쉬지 않고 연결돼 있는 점이 "슈베르트의 진보적 마인드이자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것에 영향을 받아서 리스트가 자신의 소나타도 악장 간 쉼이 없는 형식으로 작곡했다고 생각한다. 방랑자 환상곡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믿고 있다. 리스트가 실제로 방랑자 환상곡을 좋아해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을 만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베르크의 곡은 1악장이다. 조성진은 "세 곡은 소나타 형식의 곡인데 악장마다 쉬지 않고 연결이 돼 있어 한 악장 소나타처럼 들리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진은 지난해 6월 베를린에서 슈베르트와 베르크의 곡을 녹음했고 리스트의 소나타는 10월에 함부르크에서 녹음했다. 그는 세 곡 중 30분짜리 리스트 소나타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리스트 소나타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치는 게 너무 어려운 곡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녹음했다. 부분, 부분 나누지 않고 한 번에 녹음하는 게 더 흐름이 좋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라이브처럼 들리게 녹음을 하려고 했다."

조성진 [사진= 도이치그라모폰 제공, (c) Christoph Kostlin]

조성진 [사진= 도이치그라모폰 제공, (c) Christoph Kost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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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전 세계 공연장이 폐쇄된 상태다. 조성진도 쇼팽 콩쿠르 우승 후 이렇게 오래 쉬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오프라인 공연 대신 온라인 공연이 활성화되고 있다. 조성진도 지난달 28일 세계 피아노의 날에 독일의 오발미디어가 주최하는 '스테이지 앳 홈(Stage at Home)' 공연에서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53)와 함께 슈베르트 가곡을 들려줬다. DG의 무료 온라인 콘서트에도 참여했다.


"관객 없이 라이브로 연주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콘서트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느꼈다. 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처음이었다. 피아노를 조율한 지 오래돼서 피아노 소리가 조금 아쉬웠다."


최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음악을 더 많이 듣고 있다. 그는 "요즘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음악이 우리 삶에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마땅히 할 게 없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나, 즐기려고 할 때나, 우리가 살아가는 데 음악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많이 듣는 음악은 피아니스트 에핌 브론프만(62)의 곡이다. "지난해 말에 처음 만나서 브론프만 앞에서 피아노도 연주했다. 연주자로서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좋아하게 됐다. 지난해 말 그의 라이브 연주를 처음 들었다. 뉴욕필과 베토벤 4번을 연주했는데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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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은 오는 7월 2년 만에 한국에서 국내 투어를 할 예정이다. 그는 "7월 한국 공연이 꼭 성사되길 바란다.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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