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성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

조호성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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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 주변에서 매일 새로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양성 확진 멧돼지의 숫자 또한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ASF가 지난해 9월 사육돼지를 시작으로 10월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안에서 양성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이래 최근까지도 지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처음 감염 멧돼지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지역 남쪽에 국토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울타리를 치고 멧돼지 개체 수를 줄였던 환경부와 양돈농가에 선제적 방역을 취했던 농림축산식품부, DMZ와 민간인통제선의 멧돼지 수색과 포획을 위해 노력한 국방부의 협력을 통해 ASF를 북한과의 접경 지역에만 묶어 둘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단기간에 전국으로 확산해 제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변 국가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더해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지난 7개월 동안의 ASF 대응을 돌아보면서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점들도 있다. 처음 우리는 국내 상황에 적합한 대응 방식을 찾지 못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유입 방지에 노력했으나 결국엔 국내에서도 ASF가 발병하게 됐다. 이에 따라 발생 초기 ASF가 발생해 제어에 성공했거나 실패했던 다양한 경험이 있는 유럽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지혜를 얻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해외 전문가의 의견과 대응 방안들이 국내 방역에 접목됐다. 폐사체 발견 지점 주변에 1ㆍ2차 울타리를 치고, 더 넓게 광역 울타리까지 쳐서 멧돼지 이동을 막고 폐사체를 신속하게 수거함과 동시에 남은 멧돼지를 적극적으로 포획해 최단 시간에 상황을 종료하고자 했다.


그러나 평야 지대에서 주로 발생해 비교적 울타리를 치기 쉬웠던 체코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산악 지형이 많아 멧돼지의 사체를 찾거나 포획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 또한 DMZ와 민통선 같은 지대는 멧돼지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돼 감염 폐사체를 신속히 제거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감염 폐사체의 감염력이 최대 6개월까지도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폐사체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수거하지 못하는 상황은 유럽 등과 비교해서 우리만이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역학조사 결과 이 지역의 멧돼지 목욕장과 같은 서식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이는 지금처럼 매일 조금씩 양성 멧돼지가 발견되는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이 질병에 대응하는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다. 긴장감은 유지하되 조급해하지 않고 좀 더 긴 호흡으로 대응해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지속해서 감염 멧돼지 폐사체를 수색하고 신속히 제거해 집돼지로의 확산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 세계적 추세는 사람과 동물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으로 야생동물 매개 신종 질병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만간 개원하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큰 의미가 있음과 동시에 책임이 막중하다. 앞으로는 많은 신종 감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부처마다 개별 대응이 아닌 범부처 통합 제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며, 이를 통해 신종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리라 확신한다. 이제는 원칙에 충실한 차단 방역만이 유일한 대책임을 깨닫고 유입과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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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성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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