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 충동구매" 코로나19 여파…커지는 '홧김비용'
직장인 10명 중 9명, '홧김비용' 지출
3명 중 1명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 늘었다"
전문가 "소비 조절 능력 기를 수 있도록 훈련 필요"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대학생 A(24) 씨는 지난주 충동적으로 고가의 무선 헤드폰과 턴테이블을 구매했다. 최근 외출을 자제하면서 가족들과의 마찰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마땅히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원래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해소했는데, 나갈 수도 없으니 돈 쓰는 것 말고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어차피 모아둔 돈도 있는데 '못살게 뭐 있나' 싶어서 구매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스트레스로 '홧김비용'을 지출하는 직장인들이 늘어고 있다. 홧김비용이란 말 그대로 '홧김에 지출하는 비용'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충동 구매를 의미한다.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함에 따라 시민들은 모임과 약속을 취소하고 일상생활 속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자연스레 충동 구매 등 소비행위로 이어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이 소비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 행위가 반복될 경우 소비 단가 또한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은 '홧김에 별도 비용을 지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한은행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85.5%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충동적으로 소비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월평균 2회 이상 충동 구매하며, 1회당 평균 8만6000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적으로는 월 20만 원 이상의 금액을 홧김비용으로 지출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홧김비용을 지출하는 시민들도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 3명 중 1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벼룩시장구인구직 '코로나19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에 따르면, 응답자 28.6%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 늘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80%는 "코로나19로 소비습관을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소비 계획으로 '소비를 하더라도 계획적으로 할 것'(39.7%),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것'(32.4%), '꼭 필요한 소비 외에는 하지 않을 것'(20.9%) 등을 꼽았다.
또 금융권에 따르면 3월 온라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10조3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3% 급증했다. 특히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 중 온라인 비중은 지난해보다 약 5%P 증가한 24.6%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의류, 취미용품 등 비교적 소액에 머물던 홧김비용이 고가의 PC 주변기기나 명품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달째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 B(29) 씨는 최근 충동적으로 태블릿 PC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B 씨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면서 "계속 반복되니까 짜증이 나서 그냥 하나 구입했다"고 토로했다.
B 씨는 "화가 가라앉고 나서는 '괜히 샀나' 싶고 후회도 되긴 했다"면서 "넷플릭스를 보거나 취미 생활을 할 때도 이용할 수 있으니, 이왕 산 거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충동 소비를 억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등 소비 조절 능력을 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개인차는 있으나 심리적 요인이 소비 행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온라인에 접속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했던 사람들은 온라인 쇼핑을 비교적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처음에는 적게 소비를 하지만 다른 것 또는 비싼 것이 더 좋아 보이고, 그게 이어지다 보면 소비 단가 또한 올라갈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중독이 될 수도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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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중독이 심해지면 스스로 자각을 할 수 없다. 친구나 가족 등 주변 사람으로부터 지적을 받으면 예산과 필요성 등을 중점으로 소비계획을 짜고, 자신의 조절 능력을 훈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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