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이 땅에서 결혼과 출산을 독려하려면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인 일본은 지난해 신생아 수가 최초로 90만 명 이하로 하락하면서 온 사회가 불안에 휩싸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신생아 수는 30만 명에 턱걸이했다.
상대적인 인구 규모에도 못 미치는 3분의1 수준이다. 매력적인 한류 스타들을 배출하면서 세계 젊은이의 동경을 받고 있다는 대한민국이 초식남, 절식남 등으로 대표되는 연애 기피 사회라는 일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불임 사회인 것이다.
물론 정부도 출산율 저하의 심각성을 인식해서 각종 출산 장려 정책을 대거 쏟아내 왔다. 보육비, 불임 수술비, 육아 휴직, 출산 장려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사회 복지 문제로 이념적 갈등이 첨예한 정치권에서도 출산 장려 문제만큼은 큰 이견이 없다. 하기야 현재의 출산율로는 복지 논쟁 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수준의 공적 복지를 지속시키는 것조차도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치된 국가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혼인율도 출산율도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아마 우리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8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나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젊은 세대를 흔히 'N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에 대한 설명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로 가장 경쟁적인 교육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모의 간섭 아래 매우 피곤하게 성장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N세대에게 있어 가정은 행복한 안식처이기 보다는 매우 피곤한 경쟁의 전초기지인지도 모른다.
당연히 이들 세대에게 결혼이란 간섭하는 부모가 증가하고 육아 전쟁이 시작되는 피곤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책은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한다고 전제하고, 이를 위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의 젊은이들은 결혼이나 출산을 비혼이나 무자녀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나을 경우에만 선택하는 옵션으로 여기는 것 같다.
다소 엉뚱한 주장일 수 있지만, 젊은이들이 가정을 보다 쉽게 이루게 하려면 부모 세대로부터의 피곤함을 덜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나라 이혼율 상승은 부모 세대인 50, 60대 베이비부머의 황혼이혼이 주도하고 있다.
열심히 경쟁하며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 행복한 가정의 모범을 보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세대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자녀 교육에서 경쟁했듯이 자녀의 혼사나 출산에 정열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부모 세대의 간섭 때문에 젊은 세대가 이 땅에서 소박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너무나도 피곤한 일이 될 것이다.
부모의 간섭을 정책적으로 줄여줄 방법은 마땅하지 않지만, 유럽처럼 동거형태의 결혼을 우리 실정에 맞게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양가 부모의 조건과 이해가 복잡하게 얽히고 결혼의식 등에 많은 경제적 부담이 요구되는 전통적인 혼인에 거부감을 갖는 젊은이들을 적극 수용하여야 한다. 당사자들만의 사랑과 행복에 보다 효과적으로 집중하면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삶을 선택한 젊은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는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실한 혜택을 제공하여야 한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이것 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라면, 계층을 가리지 말고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젊은이들에게 국가적 혜택을 몰아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에는 보조금이 유효하겠으나 고소득층에는 세제혜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자녀를 길러내지 않은 이들이 노후에 받을 공공 복지도 결국은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들에 의해 지탱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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