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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띵스씨에스엠에프 - 과거의 향수를 간직한 카메라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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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바람 탄 빈티지 카메라 상점
필름카메라부터 폴라로이드까지
다양한 기종 보유…외국 손님도 많아
매달 초보자 위한 원데이클래스 오픈

벽 한켠의 선반에 전시된 미놀타 등 다양한 브랜드의 필름카메라/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벽 한켠의 선반에 전시된 미놀타 등 다양한 브랜드의 필름카메라/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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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추억이 돋게 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셈으로 통한다. 누구든 마음을 쉽게 열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끊을 수 없는 과거와의 연결고리는 다양하다. 누군가의 추억과 세월을 입은 채 살아남은 필름 카메라는 그중 하나. 잡음 없이 청아한 멜로디를 감상할 수 있는 고급 음반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도 때론 옛 LP판을 찾아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노래를 듣는 이치라고나 할까. 필름은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최근 들어 더욱 진귀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사진 한 장을 얻기까지 인화와 현상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만큼 사진에 담긴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서다.


최근 복고를 재해석한 이른바 '뉴트로' 바람을 타고 필름 카메라가 다시금 인기를 끌면서 인스타그래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빈티지 카메라 상점 '띵스 씨에스엠에프(Things csmf)' 얘기다. 을지로3가역 4번 출구에서 3분 남짓 골목을 여러 번 꺾어 들어가다 보면 2000년대 이전의 추억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일 오후 1시쯤 이곳을 찾았다. '셀렉티드 올드 띵스 숍' 'things_csmf'라고 적힌 아이보리색의 나무 간판을 확인하고 3층으로 향했다. 4~5평 남짓한 공간에는 수십 대의 필름카메라와 독특한 빈티지 소품, LP 등이 빼곡하다. 언젠가 영화에서 본 것 같은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거리의 소음과 따뜻한 햇살, 잔잔하게 울려 퍼지던 LP 턴테이블, 타들어 가던 인센스 스틱의 향 때문인지 마치 다른 시대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서헬리 대표에게 이 공간은 '운명처럼 찾아온 곳'이다. 가게 이름에 "Come see my favorite,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러 오세요"라는 뜻이 담긴 만큼 서 대표는 자신이 고른 오래된 것들로 쇼룸을 가득 채웠다. 대학 때부터 10년 넘게 필름 카메라를 써 오면서 그 매력에 푹 빠졌다는 서 대표는 "흑백, 컬러, 수동, 자동 등 어떤 종류의 카메라를 가장 좋아하냐"는 물음에 "다 좋다. 상관없이 다 좋아한다"며 밝게 웃었다. 그 웃음에서 카메라를 향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빈티지 카메라 상점, '띵스 씨에스엠에프'/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빈티지 카메라 상점, '띵스 씨에스엠에프'/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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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둘러싸고 놓인 서랍장 위에는 미놀타, 캐논, 야시카 등 다양한 수ㆍ자동 필름카메라부터 구형 폴라로이드 카메라까지 다양한 기종의 카메라들이 열 맞춰 전시돼 있다. 가게 중앙에 놓인 원형 테이블에는 200, 400 등 다양한 감도의 필름이 널려 있다. 카메라에 거는 가죽 스트랩 등 액세서리도 눈에 띈다.

이렇다 보니 마니아들뿐 아니라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초보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20ㆍ30대 여성과 커플이 주로 찾는 곳이지만 외국인 손님도 적지 않다. 친구들과 함께 여러 번 방문했다는 호주 관광객은 이곳을 '자신이 둘러봤던 많은 카메라 숍 중 제일 좋았던 곳'으로 꼽았단다.


서 대표는 끈질기게 버텨온 것들에 강한 애정을 느낀다고 밝혔다. 필름 카메라나 빈티지 소품 같은 것들이다. 그는 "예전에는 많이 생산됐지만 지금은 절대 대량생산되지 않는 것들 중에서도 곱게 늙은, 적어도 30년에서 많게는 50~60년 된 카메라들이 지금도 사용 가능하다는 게 신기했다"면서 "태엽 시계라든지 테이프 플레이어 같은 오래된 것, 지금까지도 잘 버텨온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가게에서는 매달 원데이클래스를 연다. 서 대표는 "숍에 오셔서 구매하는 분들이 대부분 초보자이신데 하나하나 알려드리다 보니 대화가 길어지더라"고 소개하면서 "많은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었고 체험할 수 있게 하다 보니 클래스가 됐다. (손님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아 매달 열고 있다"고 클래스를 개설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타자기, 테이프 플레이어 등 오래된 소품들도 곳곳에 놓여있다./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타자기, 테이프 플레이어 등 오래된 소품들도 곳곳에 놓여있다./사진=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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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필름 카메라에 관심 있지만 선뜻 구매하지 못한 2030들까지 삼삼오오 모여든다. 클래스에서는 카메라 작동 원리와 필름 관리법, 서 대표만의 촬영 팁 등을 배운다. 설명을 들은 뒤에는 카메라를 들고 오롯이 자신의 시선으로 본 풍경들을 담는다. 특히 작동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수동 카메라도 초보자들에게 꽤 인기가 좋다고 한다. 촬영을 마친 후에는 연계된 현상소에 필름을 맡긴다.


한 방문객은 "필름 감성이 좋아서 갔던 가벼운 클래스에서 그 매력을 알아버렸다. 점점 취향을 찾아가고 있다"고 평했다. "위대한 사진이란 가장 깊은 의미에서 피사체에 대한 감정의 완전한 표현이고 그럼으로써 삶 전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진정한 표현"이라고 정의한 미국의 사진가 안셀 애덤스의 말처럼 필름으로 얻은 사진은 더욱 진한 '맛'을 준다는 얘기다.


서 대표는 여행과 사진을 결합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첫째로는 한국에서 필름카메라 여행을 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수업을 하는 것, 둘째로는 여행을 떠날 때 필름카메라를 빌려주는 것이다. 서 대표는 "필름카메라로 여행의 순간을 남기면 좋을 것 같다. 제가 추천할 수도 있고 문화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필름카메라의 매력에 다들 빠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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