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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우금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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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금치전투 기록화. 이미지출처 =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홈페이지/www.1894.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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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동학개미운동'은 1894년 반외세ㆍ반봉건을 기치로 일어난 농민들의 사회개혁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신조어다. 개인투자자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물을 받아내며 주가를 지켜내는 모습이 마치 동학 농민군이 기관총을 든 일본군에 맞서 싸웠던 '우금치 전투'와 유사해 보인다고 붙은 이름이다.


실제 전쟁사에서 우금치 전투는 훨씬 참혹했다. 2000명 남짓한 일본군 부대에 2만명이 넘는 농민군이 처참히 패배했다. 10배가 넘는 병력차임에도 패배한 주요 요인은 사실 무기의 차이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이보다는 동학 농민군 지도부가 갖고 있던 전술에 대한 고정관념이 더 크게 작용했다.

우금치 전투 이전 조선 관군과의 전투에서 적보다 많은 대군을 집결시켜 밀집대형으로 밀어붙이는 전술을 주로 사용했다. 병력수가 적은 조선 관군을 대상으로 농민군은 숫자로 먼저 압도했고, 관군이 사기가 꺾여 전투를 포기하고 퇴각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밀집대형 전술은 농민군 지도부에게 필승의 전략처럼 굳어버렸다.


그러나 일본군은 조선 관군과 달리 밀집대형을 보고도 전혀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밀집대형으로 좁은 공간에 대군이 모여 있다보니 기관총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 일본군은 먼저 우금치 골짜기의 고지대를 점령해 방어하며 계속 기관총으로 공격했고, 총기 사거리가 5배 이상 차이 나는 농민군은 돌진하다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그럼에도 10배가 넘는 병력수를 믿고 농민군 지도부는 40여 차례에 걸쳐 우금치 골짜기로 병력을 계속해서 투입했다가 참패했다.


우금치를 거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우회해 공격하거나 기관총의 표적이 되기 어렵도록 산개해서 게릴라전에 나서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농민군 지도부는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며 우회 주장을 묵살했다. 당시는 음력 11월 겨울이었고 농민군은 월동물자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도부는 왜적을 토벌한다는 사기 하나로 농민군을 계속 독려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농민군 지도부는 우금치 바로 배후에 위치한 대규모 보급창고가 있는 공주성만 점령하면 그 물자로 한양까지 진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물자도 부족하고 우회 전략마저 쓸수 없는, 결코 전투를 해선 안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수적인 우세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그동안의 승리방식에 굳어버린 전술에 대한 고정관념은 처참한 패배로 이어지게 됐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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