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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흔들어 놓은 세계화된 식탁…각국 식량 안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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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화된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자국 식량 확보를 위해 곡물을 수출하는 국가들이 수출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식재료 제조ㆍ운송 과정에서 공급망 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연쇄적으로 식량 수급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어 각국의 식량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밀 가격은 지난 27일 부셸당 571.25센트에 장을 마감했다. 밀 가격은 지난 16일 500선 아래로 내려갔다가 보름 새 15% 가까이 올랐다.

밀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수요는 급격히 늘었지만 공급국들이 수출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지난 14일 기준 파스타면 판매량이 전주 대비 168% 급증했다. 이 외에도 국수, 빵, 쌀 등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장기간 보관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종 소비자의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문제는 공급처가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밀 수출 국가인 러시아는 지난 20일 밀, 쌀, 보리 등에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카자흐스탄도 지난 22일부터 메밀, 당근, 설탕, 감자, 양파 등에 대한 수출을 중단했으며 베트남은 쌀, 세르비아는 해바라기씨유 등의 해외 반출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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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국가들은 전략적으로 식량 비축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 밀 수입국인 터키와 알제리는 안정적 수급을 위해 새로운 밀 공급자를 찾고 있으며 모로코는 오는 6월 중순까지 밀에 대한 수입관세를 면제키로 했다.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도 생산 이전에 막대한 양의 쌀 등을 비축하겠다고 한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한 식량 위기는 수요ㆍ공급만의 문제는 아니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공급망이 타격을 입었다는 점도 밥상을 뒤흔들고 있다. 밀과 같은 곡물이 공장에서 식재료로 가공돼 각 국가로 배송되고 유통업체를 통해 가계와 식당 등으로 이동되는 전반적 공급 과정에서 코로나19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피터 알렉산더 에든버러대 글로벌 식량 안보 전문가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상품에 대한 충격이라면 공급처나 대체품을 사용해 좀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지만 시스템적 충격은 약한 고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유럽에서 소비가 많은 파스타면의 경우 캐나다에서 생산된 밀을 이탈리아가 수입해 공장에서 파스타면으로 만들고 트럭과 선박을 이용해 유럽의 마트를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각국이 내리는 국경 폐쇄 조치나 이동 제한령이 재료나 상품의 운송을 멈추게 하고 공장 조업도 중단시키는 것이다. 또 직원들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각종 변수가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장은 각국이 코로나19에 따른 식량 공급 타격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지만 신선도가 중요한 과일이나 채소는 2개월 내에 공급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유엔 식량농업기구(UNFAO)는 전망했다. 막시모 토레로 유엔 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일간 가디언에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은 정부가 식량의 흐름을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자유무역을 막는 모든 조치는 역효과를 만든다. 지금은 제한이나 무역 장벽을 둘 때가 아니며 전 세계적 식량 흐름을 보호할 때"라고 경고했다. 이어 조만간 신선 채소와 과일 보급 문제 등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량 공급 문제는 이번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드러난 내셔널리즘(자국우선주의)의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는 상황에서 식재료를 생산하는 국가들까지 수출길을 막아버리면서 자국을 우선시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지난 26일 공동성명을 통해 "핵심 농산품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무역관계를 잘 이어나가자"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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