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정치 혼란에 코로나까지…3災에 휘청이는 말레이시아 경제
코로나19 확진자 1300명 넘어…軍투입 출입국 금지·통행 제한
GDP대비 총교역액 비중 131%…높은 대외의존도-작은 내수시장
올 성장률 4.2%→2.5%로 하향
학계 등 경기부양 금액 확대 요구…5조원서 11조원까지 늘려야
[아시아경제 쿠알라룸푸르 홍성아 객원기자] 말레이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방역을 위해 인근 싱가포르와의 통행을 차단해 경기 침체가 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 기준 1306명으로 이틀 새 200여명 증가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미 지난 18일부터 31일까지 2주 동안 내ㆍ외국인의 출입국을 막고 자국 내 이동도 경찰 허가를 받도록 한 통행제한명령을 내린 상태다. 또 22일부터 군 병력을 투입해 필수적인 업무를 제외하고 집에 머무르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 또는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동이 통제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말레이시아 경제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말레이시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교역액 비중은 131%에 달한다. 자얀트 메논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경제학자는 "말레이시아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내수시장이 작아 코로나19 충격에 취약하다"며 "정부는 경기 부양책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탠더드차터드글로벌리서치는 올해 말레이시아 GDP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 4.2%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아핀황 캐피털 리서치도 올해 말레이시아 GDP 성장률을 4.0%에서 3.3%로 수정했다.
말레이시아 경기 침체는 예견됐다는 견해가 많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국제 유가 하락, 정치적 혼란이 더해진 결과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GDP의 7.1%를 차지하는 석탄ㆍ석유 제품이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할 때마다 말레이시아 연방정부의 손실이 약 3억링깃(약 849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지난달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돌연 사퇴를 표명하고 무히딘 야신이 새 총리로 지명되면서 정치 상황도 좋지 않다.
특히 관광업 타격이 심각하다. 말레이시아는 올해를 '말레이시아 관광의 해'로 지정하고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관광의 해 캠페인을 취소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 관광객 유입이 감소하면서 관광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말레이시아를 찾는 관광객은 전년 대비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손실 규모는 300억링깃(약 8조49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 위축 여파는 소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말레이시아소매단체는 올해 1분기 자국 소매산업이 전년 동기 대비 3.9%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소규모 자영업자의 생계가 막막해졌다. 말레이시아 국내무역소비자부는 음식점ㆍ빵집ㆍ푸드코트ㆍ노점상 등의 포장과 배달 운영에 한해 영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동통제 조치로 식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일부 지역은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이동통제 조치로 공연이 전면 중단되면서 문화ㆍ예술업계 종사자들도 위기에 처했다. 더스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연기 또는 취소된 문화예술 공연은 모두 132개로 집계됐다. 피해액은 약 400만링깃(약 11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달 말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200억링깃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이달 들어 상황이 악화하면서 부양 규모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제조업협회는 기존 200억링깃(약 5조6600억원) 규모를 400억링깃(약 11조3300억원)까지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이에 지난 14일 경제행동회의를 발족시켜 매주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경제행동회의는 16일 모든 국민에게 4월부터 6개월간 전기료 2% 감면, 6개월 동안 무급휴가를 신청한 직원에게 월 600링깃(약 17만원)을 지원한다는 대책을 처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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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드 노르딘 전 이슬람의학협회 의장은 "말레이시아는 중국, 이탈리아처럼 국경을 폐쇄할 것이 아니라 한국처럼 코로나19에 대한 집중적인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경제가 마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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