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투트랙 위기…허약한 韓경제체력, 방어 역부족
전문가 "금융+실물 복합위기, 올 것이 왔다"
금융위기 후 빚내 떠받친 경제
바닥 드러낸 체력에 코로나19가 기름 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경제의 트리거(Trigger)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실물 복합위기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잔치를 벌였고, 사실상 빚으로 떠받쳤던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경제는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기초체력이 약화돼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실물경기가 위축됐고, 시장이 흔들리면서 이제는 금융충격까지 더해지게 됐다.
◆美 금융시장 버블 터졌다…외국인 발빠르게 현금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커진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5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초 2002.51포인트(종가 기준)에서 13일 오전 10시57분 현재 1685.08까지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패닉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진 못했고, 투자자들은 오히려 현금확보에 나섰다. 투자자들이 손절에 나서기 위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한국이었다는 얘기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가 내부적으로 취약했던데다, 코로나19 주요 발병국으로 꼽혔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외국인들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시총 증발과 금융시장 악화는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요건 악화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자금조달까지 어려워지는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낮추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저금리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던 기업들의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금융기관 부실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2일 기준 한국의 CDS(5년물)는 56bp(1bp=0.01%포인트)로 전날대비 14bp 상승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해당 국가나 기업의 부도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망가진 실물경제 코로나19가 뺨 때린 격= 사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돼 있었다는 것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나왔었다.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과정에서 노동비용 충격이 가해지며 경제 전반이 취약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3%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다 지난해 2%대까지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자영업·중소중견기업의 매출이 부진한데다가, 노동비용까지 오르며 더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산업구조도 취약했다.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데, 지난해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며 이미 수출이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이번 사태로 수출길은 더욱 막힐 전망이다. 한국이 코로나19 주요 확산국 중 하나로 지목되자 인적·물적 교류가 끊겼고, 미국과 유럽까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제는 교역조건도 우려해야 하게 됐다.
이런 사태가 이어지면 결국 부채가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는 물론이고 자영업자·중소기업 부채 상환율이 뚝 떨어지면서 금융기관과 대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600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95.0%다. 실물경제의 두 배 가까운 돈이 기업부채와 가계부채로 쌓여 있는 셈이다. 민간신용비율은 2017년 4분기(181.9%) 이후 13.1%포인트 올라, 증가 폭은 국제금융협회(IIF)의 52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스웨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주춤했던 기업부채마저도 불어나기 시작한 결과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실물경제 충격이 있는 상황에서 세계 금융시장이 급락하고 한국이 고립되며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 글로벌밸류체인(GVC) 영향을 받는 기업들까지 타격이 순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시장보다도 실물경제 자체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금융시장은 실물시장은 반영하게 되는데, 지금 대규모 파산 등이 우려되면서 실물경제가 크게 망가질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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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장기화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자산인 부동산 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부동산 버블이 꺼질 것"이라며 "결국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고 금융시장에서 연체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태윤 교수는 "서울 강남과 수도권 지역만 보면 부동산 가격이 올랐지만, 전국적 범위에서 보면 부동산 가격은 오르지 않은 상태였다"며 "실물경기 전체가 가라앉고 금융시장 문제가 확대되면 부동산 시장 역시 하락폭이 가시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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