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뒤늦은 팬데믹 선언에 '늑장' 대응 비판(종합)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뒤늦게 선포하면서 늑장대응 비난이 일고 있다. 국제 전문가들이 일찍부터 코로나19의 확산세가 팬데믹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해왔지만 그동안 WHO는 팬데믹 선언 상황이 아니라며 공식선언을 주저해왔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는 114개국에 걸쳐 11만8000명으로 급격히 늘어났고 사망자 역시 4300명을 넘어섰다. WHO는 팬데믹 선언을 위해 많은 전문가들과 오랜 시간 코로나19의 특징을 파악해왔다고 밝혀 늑장대응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11일(현지 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논의 과정에서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와 파급력, 그간 각국이 펼쳐온 대응책을 포기하는 이유로 오용될 위험 등에 대해 고심했다"고 전했다.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도 "매일 변화하는 발병 상황과 각 회원국에 대한 자료 등을 토대로 코로나19의 특징과 위험성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염력, 전파 경로, 고위험군,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 방지책, 사회적 영향 등을 토대로 코로나19가 팬데믹이라는 특징을 지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해외 언론에서는 WHO의 선언 전부터 사실상 팬데믹이라고 자체 판단하기도 했다. 미국의 CNN 방송은 앞서 9일부터 자체적으로 현 상황을 팬데믹이라고 부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CNN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명을 넘기고 30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국제 전염병 전문가들도 코로나19가 이미 팬데믹 상황으로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앞서 "코로나19가 질병과 사망을 유발하고 지속적인 사람 간 전파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우려스럽다"며 "이들 요소는 팬데믹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버드 대학의 전염병학자 마크 립시치도 "모든 요건이 충족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홍콩대학 의학부 학장인 가브리엘 렁 교수 역시 "코로나19가 많은 국가에서 지역사회 감염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이는 팬데믹"이라고 주장했다.
WHO는 팬데믹 선언 뿐만 아니라 앞서 1월말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 당시부터 긴급 위원회 회의를 두차례나 진행한 뒤 겨우 선언하는 등 늑장대응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전문조사팀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 후 열흘이 지나서야 파견해 역시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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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런 비난 속에서도 WHO가 늑장 대응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발병 당시 팬데믹 선포 이후 전세계적으로 쏟아졌던 비난 때문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시 WHO는 지금과 반대로 전세계 신종 인플루엔자 확진자가 3만명을 넘어서자 신속하게 팬데믹을 선언했고, 각국 정부는 백신 구입을 위해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후 확산세가 갑자기 사그라들면서 각국이 비축한 백신은 사용되지 못하고 쌓이게 됐다. 수요와 예측에 큰 차이가 나면서 백신을 구입했던 국가들에서 WHO의 팬데믹 선언이 너무 성급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이후 WHO는 펜데믹 선언을 자제하게 됐으며 WHO 홈페이지에서도 "팬데믹을 쉽게 그리고 부주의하게 사용해선 안된다. 잘못할 경우 부적절한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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