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앙회 두루 경험한 45년 농협인
인사로 조직 재정비…리더십과 포용력 발휘해야

취임 하자마자 코로나19 혼란…시험대 오른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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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300만 농민의 대표'가 야전 점퍼 차림으로 마스크 판매 현장을 뛴다. 귀농ㆍ귀촌 종사자의 이익 증대나 복지 향상 같은 통상적 업무부터 공익직불제 안착 등 올해의 핵심 사업이 산적해 있지만 당장 눈 앞의 급한 불부터 꺼야하는 상황. 취임과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면을 맞아 '역량 시험대'에 오른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얘기다.


1949년생인 이 회장은 1971년 경기 성남 낙생농협 직원으로 '농협인'이 됐다. 1970~1980년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던 성남지역에서 근무하며 현장업무를 충분히 익혔고 상무, 전무 승진에 이어 1998년부터 조합장 3선을 거쳤다. 특히 2000년대를 전후로 분당ㆍ판교를 중심으로 도시개발이 빠르게 진행돼 농촌의 도시화도 경험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는 농협중앙회에서 감사위원장으로, 또 농협중앙회 이사로 활동하며 농협중앙회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였다. 지역과 중앙회에서 45년 간 거친 다양한 경험의 교집합은 '농협'이다.

지난달 4일 첫 행보로 공식 취임행사 대신 강원도 홍천군에서의 '현장경영'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홍천을 찾은 그는 임직원 30여명과 함께 농촌 일손돕기 행사에 이어 농업인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당시는 코로나19 초기단계였지만, 그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방역용 마스크, 손소독제 등을 현장에 전달하며 "앞으로 우리 농촌에 산적해 있는 문제의 답을 현장에서 찾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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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구ㆍ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이 회장은 모든 업무를 제쳐두고 '문제의 현장'을 찾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화훼농가다. 이 회장은 지난달 긴급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화훼농가 지원을 위한 소비 촉진 운동을 지속적으로전개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3일에는 3일 화훼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꽃 10억원어치를 긴급 구입하기도 했다.

특히 농협 하나로마트가 마스크 공적물량을 판매하는 공적판매처로 지정되면서 지난달말부터 농협은 매일 피말리는 물량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날까지 구한 물량을 이튿날 전국 하나로마트에 보급하는 일을 거듭하면서 그 현장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관계 직원들의 몫이다.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는 방문객들을 관리하고, 판매 일정도 안내해야 한다. 마스크 부족 사태에 대한 불만도 이들에게 터져 나온다. 이 회장은 현장 직원들을 다독거리며 최대한 사태 조기종식에 힘을 보태야 하는 입장이다. 농협은 공적판매처 지정 이후 지난달 27일부터 3월3일까지 엿새간 총 420만매의 마스크를 시장에 공급해왔다.농협 하나로유통은 4일에는 전국 하나로마트를 통해 마스크 100만매를 판매한다.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악재 속에서 추진될 '이성희 체제'로의 전환은 남은 과제다. 최근 취임 한 달 여 만에 대거 인사 교체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물갈이에 나선 것은 그 신호탄이다. 지난 2일 농협중앙회의 허식 전무이사, 소성모 상호금융대표이사,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와 김원석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김위상 농협대 총장 등 7명이 사의를 밝혔고, 사표는 모두 수리됐다.


퇴임하는 임원들은 대외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제사업 혁신을 위한 '용퇴'라고 배경을 밝혔지만, 지난달 취임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체제로의 전환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통상 농협중앙회는 새로운 회장이 선임되면 인사를 통해 조직의 오와 열을 다시 맞춰왔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의 경우 추후 인사추천위윈회 추천과 이사회 의결, 대의원회 선거를 통해 새 임원을 선임하고, 농협경제지주는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주주총회를 거친다. 후임 임원이 선임될 때까지 정관에 따라 농협중앙회 손규삼 이사가 전무이사와 상호금융대표이사 권한을, 임상종 조합감사위원이 조합감사위원장 권한을,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이사가 농업경제대표이사 권한을 대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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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농협금융 계열사 등의 인사까지 농협중앙회장 교체로 들썩거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의 경우 농협은행 최초로 3연임을 한 인물이다. 이성희 회장의 인사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사표를 낸 것으로 풀이되지만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3연임에 성공한 지 두 달 된 이 은행장까지 자리에서 내려올 필요가 있었느냐는 평도 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금융업무는 인사 측면에서도 전문성과 투명성을 담보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같은 문제 제기를 잠재울 만큼의 리더십과 포용력을 발휘하는 것도 이 회장의 몫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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