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 면세 사업자만 임대로 20~35% 인하

대기업은 제외, 수천억원대 임대료 고스란히 내야


"중소면세점만 임대료 인하" 대기업 '호소' 외면한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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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장세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면세 사업자들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정부가 중소ㆍ중견 면세 사업자만 지원하겠다고 나서며 논란이 예상된다.

28일 기획재정부 및 면세업계에 따르면 공항공사는 중소·중견 면세 사업자만 면세점·상업시설 임대료를 20~35% 인하한다. 대기업은 임대료 인하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의 시티플러스와 대구공항의 그랜드면세점 등은 숨통이 트였다. 반면 호텔롯데·호텔신라·신세계DF 등 대기업 면세 사업자들은 수천억원대의 임대료를 고스란히 내야 한다. SM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도 제외됐다. 결국 면세사업자들의 '호소'를 정부와 인청공항공사는 '외면'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면세 사업자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다. 관광사업이 고꾸라지면서 면세산업도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 시 조치를 하는 나라는 현재 모두 50곳에 이른다. 유엔 회원국(193개국) 기준으로 전 세계 4분의 1 이상의 국가에서 한국인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도 한국 방문을 자제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인 '강화된 주의'에서 3단계 '여행 재고'로 높였다. 이제 4단계인 '여행금지'까지는 한 단계만 남았다. 관광객이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않으면서 이달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70% 급감했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만 보면 손님이 80% 이상 줄었다. 지방자치단체 개방 여행업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2월 한달간 폐업을 신고한 여행사도 36곳이나 된다.

면세사업자 관계자는 "소상공인 중심의 지원방안이 나오는 건 당연하지만 현재 대기업이라고 버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한국기업이 면세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대 위기"라고 말했다.


면세 사업자들이 이구동성 인천공항공사에게 임대료 감면을 절박하게 요청한 것은 공항 면세점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끊기며 면세사업자들의 적자 폭은 전년 대비 두배 이상 늘었다. 평소 인천공항공사 임대료 비중은 매출 대비 30~40%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매출이 70~80% 줄었다. 공항 면세점 매출보다 더 많은 임대료를 지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내 면세점 매출로 감당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면세 사업자 관계자는 "인천공항면세점은 전 세계 매출 1위 공항 면세점이라는 상징성은 물론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협상력 강화, 홍보 효과 등의 이점이 있어 사업자들은 연 10~15%의 적자를 감수하고 들어간다"면서 "그동안은 시내면세점에서의 수익으로 충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내면세점도 고전하고 있어 힘들다"고 토로했다. 홍콩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태국공항 등은 공항 이용료 감면과 임대료를 낮추고 있지만 인천공항은 오히려 임대료를 계속 높이고 있다. 실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 향수ㆍ화장품(DF2) 임대료(최소보장액)는 5년만에 22% 올랐다.


일각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상생'보다는 '수익'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는 매출액 2조7690억원, 영업이익 1조314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0%대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비항공수익이 전체의 65~70%에 달한다. 비항공수익 중 상업시설 임대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 상업시설 임대수익 가운데 대기업 면세점의 지불하는 임대료가 70~80%에 달한다. 중소 중견기업이 내는 임대료 비중이 전체에 10%도 안돼 사실상 이들의 임대료를 인하해줘도 인천공항공사의 수익에 영향이 없다.


면세점 사업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중소 중견기업 사업자 임대료만 인하하는 것은 생생내기밖에 안된다"면서 "대기업에게도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매출액에 맞춰 조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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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 면세 사업권 입찰이 당초 예상과 달리 향수·화장품(DF2) 사업권과 패션·기타(DF6) 사업권 등 2곳이 입찰 업체수 미달로 유찰됐다.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최소보장액이 가장 높은 DF2 사업권에 전부 입찰하지 않았다. 향수ㆍ화장품 사업권 최소보장액은 1161억원이다. 이 중 이들 업체 4곳이 모두 입찰한 사업권은 패션·기타(DF7)이 유일했다. 주류·담배인 DF3ㆍDF4 사업권에서는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등 2곳 입찰, 각각 운영권을 나눠 갖게 됐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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