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소모戰 보다 '실리戰'‥물밑합의 힘 쏟을 듯
'배터리 전쟁' 승기 잡은 LG‥손 내민 SK
최종 판결까진 2년 소요
양사 모두 "실익없다" 판단
불리해진 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 공장 사수 압박감
유리한 고지 선점 LG화학
코로나19로 중국 공장 중단 속
배터리 생산확대에 집중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황윤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조속한 합의 전략을 내세운 것은 최종 판결까지 2년 정도 걸리는 LG화학과의 소송전이 치열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경쟁에서 양사 모두에 상처뿐인 소모전으로 끝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화학 입장에서도 중국과 일본 등 경쟁사의 약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 소송에 소모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전기차 배터리공장 사수해야= SK 입장에선 이번 조기 패소 판결로 소송전에서 불리해진 만큼 최종 판결 전 합의가 절실해졌다.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주요 거점인 미국시장을 사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크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조만간 결정의 근거를 공개할 예정이며 업계에서는 ITC의 불공정수입조사국이 제출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정황을 인정한 의견서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ITC가 지난 25년간 내린 결정을 보면 영업비밀 소송에서 ITC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모든 사건(조기 패소 결정 포함)은 ITC 위원회 최종 결정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ITC가 최종 결정을 내린 이후 진행될 법원 일정도 첩첩산중이다. 업계에서는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ITC의 최종 판결을 거쳐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도 패소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2년여간 지속된 사업적 리스크는 물론 금전적 손해배상과 함께 미국 전역에서 SK이노베이션 제품의 생산과 유통, 판매 등이 금지될 수도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양산을 목표로 16억달러(약 1조9000억원)를 투자해 폭스바겐 미국 공장 등에 공급할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건설 중이다. 배터리 부품 소재를 미국으로 수입하지 못하게 되면 미국 공장 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손해배상금까지 합치면 천문학적인 피해 규모가 예상된다.
◇LG화학, '코로나19' 등 글로벌 악재 속 장기전은 부담= LG화학 역시 중국, 일본 배터리업체들과의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소송전을 오래 끌기는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LG화학은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공장이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등 차질을 빚었고 석유화학 업황 역시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기업들은 배터리 공급량 확대를 주문하고 있어 전사 역량을 생산 확대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에서 국내 기업 간 장기 분쟁이 한국 배터리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는 점도 LG화학 측에는 부담이다. ITC의 조기 패소 결정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만큼 LG화학 역시 실리적인 해법 찾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또 한미 양국 정부와의 관계도 LG화학이 고려해야 할 요소다. 미국 행정부로선 이번 소송이 자국 내 일자리와 생산기지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한국 정부 역시 미래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부문 대기업 간 분쟁의 빠른 종식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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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배터리 사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 만큼 소송으로 인한 비용과 시간 낭비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물밑에서 합의에 들어갔다고 보며, 서로 유리한 조건에 합의하기 위한 새로운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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