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인터뷰
유니콘 숫자 늘리기 정책보다 우수 인력 뛰어들 환경 만들어야
벤처 정책의 핵심은 저변 확대…시장 성장 위해선 규제혁신 먼저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5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5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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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나오는 정책 모두는 결국 시장이 잘 작동돼야 실현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단순히 자원이나 지원금을 늘려야 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시장이 해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잘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강조하는 벤처ㆍ스타트업 정책의 핵심은 '저변 확대'다.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벤처) 숫자를 늘리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기술과 능력을 보유한 우수한 인력들이 창업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한 이사장의 생각이다. 이 제언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은 그가 중소기업청장으로 관련 정책을 총괄했었고 지금은 다시 민간의 영역에서 혁신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해 12월 이사장으로 취임한 아산나눔재단도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 한 이사장은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투자만이 아닌 혁신기업이 나올 수 있는 규제 환경, 도전을 격려하고 실패도 용인할 수 있는 사회ㆍ문화ㆍ교육 환경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아산나눔재단에서 국내 벤처 생태계의 미래에 대해 한 이사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5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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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5년 내에 유니콘 기업을 20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나?

▲유니콘은 미국, 중국, 인도 등 시장이 큰 국가에서 많이 등장했는데 한국에서는 이것을 정책 목표로 삼는 것보다는 저변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 시장은 현재 '독점 기업'이 되지 않으면 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쉽지 않은 환경인데 유니콘으로의 성장만을 강조하면 소상공인 상생 정책과 충돌도 우려된다. 고품질 기술창업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자연스레 유니콘은 나올 수 있다.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고 있지만 정부는 유니콘 육성을 목표로 삼고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정책 수단은 자금 공급인데 수요가 확대되지 않는 자금은 '버블'을 만들 수 있다. 시장 확대 전략이 필요한데 이는 규제에 묶여 있다. 예를 들어 '타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관련 시장도 커지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큰 시장을 가진 나라에서 유니콘이 등장해 성장을 주도하는 것과 달리 시장이 작은 나라에서는 정부가 수요를 늘리는 시장 확대 전략을 써야 한다.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정부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미래 가능한 사업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타다의 경우에서도 수요를 늘리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본다. 정리하면 정부가 할 중요한 역할은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기업인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도 불확실성에 도전하고 투자 의욕도 높아질 수 있다. 제일 안 좋은 현상은 투자 여력이 있는 이들이 해외로만 가는 것이다. 기술 인력이 엄청나게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돈 빠져나가고, 사람 빠져나가면 방법이 없다.


또 중요한 것은 재도전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사업에 실패 하면 인생이 망가진다는 인식이 있으면 창업에 나서지 않는다. 실패해도 다시 활발하게 재기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우수한 인력들이 창업에 나설 것이다. 기업가 정신 활성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따져보면 실패의 비용이 너무 크다. 이 비용을 줄이는 것을 제도적으로 못 풀어주면 어려움이 많다. 우수한 전문 인력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실패했을 때 개인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재도전 기회를 주는 제도와 문화를 다시 강조하고 싶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5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5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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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정책과 관련해 현 정부가 잘 하고 있는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벤처 투자 펀드 규모는 늘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운 점만 얘기를 한다. 기업은 불확실성 큰 산업 생태계에서 유연하게 대응해야 살아남는데 법으로 그 유연성을 없애면 위기 상황이 생겼을 때 대응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창업 생태계와 관련해 최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우아한형제들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 글로벌화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특히 배달의민족이 롤 모델이 돼 많은 창업 도전이 이뤄지고, 투자자들은 배달의민족에서 거둔 수익을 가지고 또 다른 투자를 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출신들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을 하는 등 연쇄 창업가를 만들어 낸다면 생태계에 굉장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처음 나왔을 때 정부가 배달 수수료 없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배달의민족도 소상공인과의 상생 모델을 만들었다. 인수합병으로 시장을 장악했다고 수수료를 올리고 상생 모델을 버리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연쇄 창업가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런 기업가를 육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금은 투자금을 회수하면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한다. 재투자를 한다면 양도세액을 과감하게 낮춰줘 다른 투자기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기술 집약적 기업이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때 투자자한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활성화 해야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엑시트하는 데 다른 나라에 비해 1.5배에서 2배 시간이 더 걸리는데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에게 모두 인센티브를 주면 전반적으로 인수합병이 활성화되고 이 주기가 짧아질 수 있다.


-제대로 된 창업가를 길러내는 교육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아산나눔재단의 계획은 무엇인가?

▲창업가는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청소년 시절부터 기업가정신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이를 체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산나눔재단에서는 학부모, 교사 등을 위한 기업가정신 함양 프로그램인 '기업가정신 레츠고', '아산 티처프러너'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직접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 교육을 하는 '아산 유스프러너'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이들이 기업가정신을 접하고 자연스럽게 창업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아산나눔재단의 창업지원센터 '마루180'에서 많은 혁신 기업이 탄생했다. 국내 스타트업 육성과 생태계 조성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의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내년 중 '마루360'을 오픈해 지원하는 팀의 규모를 3배로 늘리고 제조업, 뷰티업, 브랜드업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가와 크리에이터들이 교류하는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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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나눔재단이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글로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 여러 국가들에서 같은 목적을 가진 기관들과 연대해 기업가 정신을 확산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는 유니콘을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대담 = 김민진 중기벤처부장 enter@asiae.co.kr
정리 =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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