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도 안되는 부품 하나에…한국車산업 올스톱
韓자동차 라인 세운 '와이어링 하니스'가 뭐길래
전선 조합한 '차량의 혈관'…수작업 필요한 노동집약적 부품
국산화 성공했지만 생산은 중국 등 인건비 싼 외국서
코로나 여파 다른 부품 수급까지 번지며 장기화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100만원도 안하는 부품 하나에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멈춰섰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특정 국가에 쏠려있는 산업군 전체의 공급 체인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문제가 된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는 노동 집약적 부품으로 개별 단가는 수십만 원에 불과하다. 차종 별로 전선 하나 하나를 조합해 수천, 수만 가지의 배선 뭉치를 만드는 부품이기 때문에 사람의 수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량의 각종 장치와 부품에 전력을 공급하고 신호를 제어할 수 있도록 전선과 신호 장치를 묶은 배선 뭉치를 말한다. 일종의 차량의 혈관 또는 신경망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립 과정에서도 초기 단계부터 차체 밑바닥에 깔리며 각종 부품들을 연결해준다.
자동차의 모든 부품이 중요하지만 와이어링 하니스는 가장 초기 공정에 필요하기에 부품들을 연결해주는 배선이 깔리지 않으면 공정을 시작할 수조차 없다.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여러 센서가 복잡하게 장착되고 자동차의 구조도 다양해지면서 와이어링 하니스의 제품군도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
각종 차종에 맞게 전선들을 조합하고 차체의 모양에 맞게 일일이 꼬아 묶고 구부려야 하기에 아직까지 자동화가 어렵고 사람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 다양한 조합이 필요한 데다 부피도 커 1~2주 이상의 재고를 미리 쌓아두기도 쉽지가 않다. 유라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차종에 따라 워낙 조합이 다양하고 완성차에서도 고객 주문을 받으면 발주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고를 미리 만들어 두기 어려운 품목"이라고 말했다.
경신, 유라코퍼레이션, THN 등 국내 부품 업체들이 와이어링 하니스 국산화에 성공하며 현대 기아 기아 close 증권정보 000270 KOSPI 현재가 162,500 전일대비 5,500 등락률 -3.27% 거래량 1,367,438 전일가 168,000 2026.05.18 15:30 기준 관련기사 기아, The 2027 모닝 출시…"고객 선호 사양 적용으로 상품성 개선" 1분기 대기업 영업이익 156조원…삼전·SK하이닉스 ‘반도체 투톱’이 60% '팔천피'의 저주인가…뚫자마자 추락하더니 7400선 마감, 코스닥도 5% 빠져 등 주요 국내 완성차 업체에 해당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다만 기술 국산화에는 성공했지만 직접 만드는 공정은 인건비가 싼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이들 협력업체는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제 연휴를 이달 2일까지로 늘린 데 이어 9일까지 휴업을 재연장하자 중국 내 생산이 완전히 멈춘 상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와이어링 하니스는 19억7000만달러에 달하며 이 중 87%는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나머지 공급처는 베트남(7%), 필리핀(3%) 등이다. 이번 사태로 특정 부품의 특정 국가 쏠림 현상이 확연히 드러나면서 부품 수급처 다변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와이어링 하니스 같은 단가가 낮고 인건비가 많이 드는 부품은 동남아로 수급처를 바꾼다해도 최종 차량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최근 중국도 인건비가 많이 오르면서 중국보다 저렴한 인건비의 동남아 국가로 수급처를 모색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여파가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 하나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재고 주기가 1~2주가량으로 짧은 와이어링 하니스에서 가장 먼저 징후가 나타났을 뿐 중국 공장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여타 다른 부품들의 수급 상황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부품 수입액의 31%가 중국산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운전대, 스티어링칼럼, 운전박스, 에어백 등의 관련 부속품이 공급 절벽 상황에 부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청사인 완성차 업체의 공장 가동 중단은 연계 중소 협력사의 도미노 셧다운 사태를 초래했다. 수만 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조립돼 돌아가는 자동차 생산의 특성상 하나의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나머지 업체들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아울러 중국에서 초소형 전기차를 수입해 국내에서 반조립제품(CKD) 형태로 생산하는 마이크로모빌리티 중소 업체도 직격탄을 맞는 등 연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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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와이어링 하니스뿐만 아니라 다른 부품 수급에서도 언제든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번 재해로 인해 한동안 국내 자동차 공장의 가동과 중지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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