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증명된 자영업자 붕괴…중국인 마사지사 숍·중국인 종업원 식당도 안간다
중국인 관광객 몰리는 지역 자영업자 "매출 30% 빠졌다"
명동·광화문·잠실 등 면세점·호텔 밀집한 곳 '모임 기피 장소'
차이나 포비아 곳곳서 감지…호텔·식당 모임 예약 취소 봇물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자주가는 마사지숍의 관리사가 중국 사람이었는데, 당분간 발길을 끊을 생각입니다. 중국 식재료를 쓰는 식당도 가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명동에서는 가급적이면 점심과 저녁 약속도 안잡고 있어요. 주위에서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이 많은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불안해서요. 조심하는 게 좋죠."-직장인 A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에 따른 공포·불안심리 확산으로 곳곳에 차이나 포비아가 감지되면서 이에 대한 직격탄을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특히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중구 명동, 광진구 자양동 등 서울 3대 중국인 밀집지역 내 국내 자영업자들은 벌써부터 매출이 30%가량은 줄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1월31일 오후에 찾은 대림중앙시장은 평소보다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강지민(가명)씨는 "지금 대림중앙시장에 손님 구경하기가 너무 힘들고, 하루에 신발 5켤레도 못 팔고 있다"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상인들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점심을 거르고 방문하는 직장인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명동의 한 마사지숍도 요즘 부쩍 손님이 줄었다. 사장 김수철(가명) 씨는 "마사지사가 대부분 중국 동포여서 그런지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잡혀있던 예약도 취소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민들이 탑승한 대한항공 전세기가 1월31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한 가운데 출국 수속을 마친 교민들이 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외식 자영업자들은 모임 예약이 확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신촌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선희(가명) 씨는 "요즘 같은 시기에 누가 저녁 늦게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고 술을 먹겠냐"면서 "저녁 예약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고, 잡혀있던 동창회·동호회 모임도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명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지수(가명) 씨도 "점심에 외국인 손님들까지 줄을 서서 먹을 정도였는데, 이제 대기번호를 주지 않아도 될 정도"라면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려고 하지 않아 점심·저녁 장사를 계속 망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가산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민선(가명) 씨는 "우리 가게는 중국 음식점도 아닌데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면서 "사실 중국인을 종업원으로 채용했는데, 그 영향 때문인지 들어와서 앉았던 손님도 다음에 다시 온다며 그냥 나가버린다"고 답답해 했다.
직장인 김희영(43) 씨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을지로, 광화문, 잠실, 명동, 동대문에선 요즘 모임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서 "면세점과 백화점, 호텔 등이 많은 곳은 일단 피하게 되고 그냥 빨리 퇴근하고 집에 가는 게 그나마 덜 불안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식당,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는 가지 말고 찾지 말자는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가족 모임을위해 호텔 뷔페를 예약했는데 취소했다"면서 "당분간 호텔서 잠도 자면 안되고, 여행도 가지말고 그냥 방콕하는 게 최선"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내수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떠올리고 있다.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김서형(가명) 씨는 "메르스때 매출이 정말 거짓말하지 않고 절반이 감소해 회복하기까지 6개월은 걸린 것 같다"면서 "지금 상황도 그때와 비슷하게 흘러가는데, 대규모 감염병이 돌면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때문에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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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타격은 메르스 사태 당시 여실히 증명이 됐다. 2015년 자영업자 수는 전년 대비 9만8000명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5만6000명)과 2010년(-10만7000명)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0.8%) 후 가장 낮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소비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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