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보잉, 737맥스 악재에 22년 만에 연간 순손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737맥스의 잇단 추락사고와 운항 중단 사태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1997년 이후 22년 만에 첫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운항 중단된 이후 737맥스와 관련한 손실만 올해 예상치까지 포함해 22조원에 달해 보잉이 떠안는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보잉이 발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잉의 순손실 규모는 6억3000만달러(약 7428억원)로 집계됐다. 직전 해인 2018년 104억6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둔 점을 감안하면 일 년 새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보잉은 1997년 생산과 배송 문제로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22년만의 적자전환은 737맥스의 운항 중단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737맥스 추락으로 발생한 비용이 지난해에만 146억달러가 발생하는 등 올해까지 19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비용 중에는 737맥스 운항 중단으로 인한 항공사 고객 피해 보상금이 포함됐다.
반면 수입은 제때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보잉의 민항기 인도 대수는 380대로 2018년(806대)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현재 보잉이 제작해둔 400여대의 737맥스 여객기는 미국 워싱턴주와 텍사스주 생산시설에 대기하고 있다. 항공기 인도가 완료돼야 대금 결제가 가능한 만큼 여객기를 제작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보잉의 737맥스로 인한 손실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추락사고로 인한 피해 유가족들에게 지급돼야 할 합의금은 현재 집계된 비용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2018년 인도네시아, 지난해 3월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로 346명이 숨졌다. 데이비드 캘훈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피해보상액과 관련해 아직 추정하지 않았다면서 "아마도 큰 규모(big number)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캘훈 CEO는 "보잉에는 가장 어려운 순간"이라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737맥스가 서비스를 안전하게 재개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뢰를 되찾고 투명성을 높이며 안전성을 강화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적 악화로 금융시장 내에서 현금 유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보잉은 추가 대출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잉은 지난해 현금 43억달러를 사용했지만 같은 해 말 기준 100억달러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금융권에서 추가 자금을 확보해 올해 말 부채 규모는 27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잉은 올해 787드림라이너 생산도 줄이기로 했다. WSJ는 "최근 미국과의 무역협상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부터 주문이 예상보다 줄었다는 것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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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확산으로 각국 항공업체들이 중국을 잇는 노선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는 점도 보잉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렉 스미스 보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항공업계의 타격은 올해 지켜봐야 할 요소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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