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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캐주얼 전통주 양조장 DØK브루어리

최종수정 2020.01.23 15:05 기사입력 2020.01.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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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타일의 심플한 공간, 예약방문 손님에 직접 술빋는 과정 공개
덴마크서 양조기술 배워온 청년대표, 맥주만큼 젊은 막걸리 꿈꿔

DØK 브루어리가 최근 개발 중인 탭막걸리 '뉴트로'를 잔에 따른 모습. 흡사 맥주를 연상 시킨다. 사진 = 김희윤 기자

DØK 브루어리가 최근 개발 중인 탭막걸리 '뉴트로'를 잔에 따른 모습. 흡사 맥주를 연상 시킨다. 사진 = 김희윤 기자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막걸리를 명품에 비유하자면, 이곳의 막걸리는 분명 구찌일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방문기를 찾아보던 중 독특한 평가가 눈길을 끌었다. 막걸리 만드는 회사 이름이 브루어리란 점도 특이했다. 맨 처음 내놓은 술은 맥주병에 담은 막걸리로 이른바 ‘병막’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었단다. 여기에 직접 술 빚는 과정을 공개해 예약 후 방문과 시음이 가능한 공간을 만든 청년들이라니, 더 유명해지기 전에 서둘러 가봐야 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숨어있는 캐주얼 전통주 양조장, DØK브루어리 이야기다.


우이신설선 가오리역에서 도보 3분 거리, 북한산 자락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DØK브루어리는 전통시장과 병원 사이, 다소 낯선 장소에 위치해 있다. “처음엔 막걸리 만들 공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었고, 브랜드는 유통 중심으로 전개하려고 해서 일부러 서울 외곽으로 나왔는데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거예요.” 어쩌다 이곳에 양조장과 펍을 열게 됐는지 묻자 이규민 대표가 멋쩍게 웃으며 답을 이어간다. “이 동네가 마음에 들더라고요. 서울인데 서울 같지 않은 한적함과 여유도 느껴지고, 여기다 싶었죠.”


막걸리 양조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달리 북유럽 스타일의 심플한 공간에서 청년들이 쌀을 찌고 술을 빚는 풍경은 낯설지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름에 얽힌 사연을 묻자 이 대표는 술과 장을 담는 전통 ‘독’에서 따온 DØK(독)에 맥주공장을 뜻하는 브루어리를 붙여 맥주 만큼 다양하고 독특한 막걸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고 설명한다. 회사 이름에 영어 알파벳 'O" 대신 비슷한 소리를 내는 덴마크어 'Ø'를 쓴 것은 이 대표가 덴마크에서 양조 기술을 배운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DØK 브루어리의 매장 공간은 모던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어 간혹 카페로 오해하고 들어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사진 = 김현우 PD

DØK 브루어리의 매장 공간은 모던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어 간혹 카페로 오해하고 들어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사진 = 김현우 PD


덴마크에서 2년여 체류한 경험은 회사 이름 뿐만 아니라 술 제조 공법과 공간에도 녹아 있다. 이곳을 방문한 날은 쌀을 찌는 날, 고소한 내음과 함께 창문에 닿은 뜨거운 김은 바깥에서도 확연히 느껴졌다. 이 대표의 안내에 따라 양조장 안을 들어가 보니 증자기(찜기) 안에 갓 지은 고두밥이 모락모락 김을 내고 있었다. 전통 누룩과 함께 맥주 효모를 섞어서 발효시키는 DØK의 막걸리는 풍부한 향을 낸다. 부재료를 넣는 시점을 술의 완전 발효가 끝난 뒤, 저온 발효 과정 중으로 잡아 술과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고루 품어냈다. 한번 작업할 때 30kg씩 두 차례, 총 60kg의 쌀을 투입해 800병씩 생산하는 소규모 양조장이지만 맛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양조장 앞 바에 앉으니 격자 창틀 너머 막걸리 제조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원하는 간격의 격자 형태가 없어 직접 용접까지 했다는 이 대표의 말엔 공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녹아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카페인 줄 알고 들어오는 분들이 계세요. 공간이 예쁘다는 칭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겸손한 답변엔 자부심도 함께 실려 있다. 원래 병원으로 쓰이던 공간을 양조장과 업장으로 나눴다. 반쯤 제거하다 만 바닥 타일, 벗겨진 콘크리트 벽면과 고스란히 노출된 오픈 천정의 배관 등은 작업을 하다만 느낌보단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의도적으로 재현한 인상을 준다. 가까이에서 보면 실제 바닥과 벽면에 마감 처리를 한 뒤 기둥엔 벽돌을 붙이는 방식의 역작업 흔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갓 쪄낸 쌀을 꺼내 식히는 이규민 대표와 직원의 모습. 사전 예약 후 방문하면 직접 제조과정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사진 = 김현우 PD

갓 쪄낸 쌀을 꺼내 식히는 이규민 대표와 직원의 모습. 사전 예약 후 방문하면 직접 제조과정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사진 = 김현우 PD


대학에서 한식 조리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졸업 후 덴마크로 건너가 셰프로 일하며 맥주 양조에 눈을 떴다. 세계적인 '집시 브루어리(자체 양조 시설 없이 매번 다른 양조장에 양조를 위탁하는 곳)'인 투올 브루어리에서 일한 경험은 맥주만큼이나 젊고 신선한 막걸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어졌고, 작지만 튼실한 양조 시스템을 구축한 이 대표는 창업을 통해 그 꿈을 실현하고 있다.


유럽의 양조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어 다양한 재료, 독특한 공법을 실험 중인 이곳은 양조장인 동시에 펍이자 실험실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엔 생맥주 저장 용기인 케그에 막걸리의 윗술(맑은 부분)과 탄산을 담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탭 막걸리를 테스트 중이다. DØK의 대표 라인업 3종 중 히비스커스와 석류를 베이스로 한 ‘걍즐겨’와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를 첨가해 향이 돋보이는 ‘뉴트로’를 탭에서 바로 테쿠잔(맥주 전용 잔)에 담아 제공하고 있다.


DOK 브루어리의 대표 상품 3종. 왼쪽부터 두유노, 뉴트로, 걍즐겨. 사진 = 김현우 PD

DOK 브루어리의 대표 상품 3종. 왼쪽부터 두유노, 뉴트로, 걍즐겨. 사진 = 김현우 PD



가벼운 맛의 탭 막걸리를 즐기고 나면 병입한 막걸리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 대표는 막걸리의 주재료와 제조과정을 설명한 뒤 한 가지 당부를 덧붙인다. “맑은 부분인 윗술을 먼저 음미하시고 그다음 병을 흔들어 탁주로 마시면 두 가지 맛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2종의 시음이 끝날 즈음 그는 최근 새롭게 내놓은 막걸리 ‘두유노’를 소개했다. “이스트 대신 천연 발효종을 쓴 사워도(Sourdough)로 만든 막걸리입니다.” 이 대표가 배양 중인 사워도 반죽을 직접 꺼내 뚜껑을 열자 시큼하고 쿰쿰한 향이 확 올라왔다. 최근 주류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사워 에일’ 못지않은 청량함과 신맛이 묵직한 쌀과 조화를 이뤄 독특한 맛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양조장으로서는 나쁘지 얺은 위치지만, 펍으로서는 다소 접근성이 떨어져 아쉽진 않을까? 이 대표는 고개를 저으며 “맛있고 매력적인 막걸리를 만들어서 손님들이 찾아오시게 만들어야죠. 아직은 주 손님이 마니아층에 국한되고 있지만, 유통처를 늘리고 많은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면 찾아오는 공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라고 답한다. 전통주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척한 ‘뉴웨이브 막걸리’를 선보이는 이 대표와 DØK브루어리는 오늘도 새로운 막걸리를 만들기 위한 연구와 실험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소개글

@jae_beom_2 와인이야 막걸리야? 이 술 참 신기하네!

@sswon_b 젊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만든 분위기와 그들만의 개성 있는 디자인이 막걸리를 더욱더 특별하게 만든다.

@mirrorball_korean_bistro 정말 새로운 한국술을 만드는 양조장!

@chunsootagram 건물 입구부터 존재감 뿜뿜인 디오케이! 술도 짱 맛나고요~

@euljilogig 막걸리를 명품에 비유하자면, 이곳 막걸리는 분명 구찌다. 막걸리 구찌!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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