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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연기 애정이 좋은 작품 만드는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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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치지 않아' 전여빈

[라임라이트]연기 애정이 좋은 작품 만드는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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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연 상업영화서 동물탈 "편했어요" 드라마·코미디 연기 호흡조절에 신경

하루 2시간 운동, 별명은 '빵순이'…답답할 땐 고향 강릉바다 보러가요

소속사 생기니 직업정신 더 강해져…책임 다 하는 배우 되고 싶어


배우 전여빈(30)은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그림에서 튀어나온 여인 같다. 옆으로 긴 눈과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외꺼풀에서 청초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까만 눈동자도 보석처럼 빛이 반득거린다. 감정이 투영되면 여간해서는 관객을 놓아주지 않는 마력도 있다.

그는 자기 매력을 아는지 과장해서 연기하는 법이 없다. 독립영화 '죄 많은 소녀(2017)'의 영희가 대표적인 예다. 감정을 절제하고 배역의 심리를 내면화하는 데 집중한다.


영화 '해치지 않아'의 김해경도 다르지 않다. 전여빈은 나무늘보 탈을 쓰고 나무 위에 우스꽝스럽게 매달리면서도 눈빛으로는 까닭 모를 쓸쓸함과 연민을 그린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그만인 감정조차 자유롭게 변주해 배역의 입체감을 살린다. 올해 그의 행보에 많은 영화인이 관심 쏟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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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연하는 상업영화에서 나무늘보 탈을 썼던데….

"실제로는 나무늘보를 본 적도 없다.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016)'에서 만화로 접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의상팀에서 가져온 탈을 보고 의심이 들더라.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나오는 츄바카 같아서(웃음). 동물 다큐멘터리로 확인하니까 훨씬 작더라. 눈빛도 예쁘고. 자이언트 나무늘보를 연기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웃음)."

-사자, 고릴라, 북극곰을 맡은 다른 배우들보다 활동량이 적던데….

"탈 무게가 10~15㎏이어서 걱정했는데, 나무에 매달리면 그만이라서 편하게 연기했다. 촬영을 겨울에 했는데 추위로 떨 일도 없었다. 안쪽 털이 몸을 포근하게 감싸줬다. 너무 따뜻했는지 턱을 괴는 장면에서 깜빡 졸기도 했다(웃음). 팔자 좋은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치지 않아'는 참신한 설정이 돋보이지만 코미디나 B급영화와는 거리가 있지 않나.

"제가 맡은 김해경이 코믹한 배역은 아니다. 오히려 드라마적으로 풀어갈 여지가 많다. 그런데 극 전체를 생각하면 코미디 연기도 필요하겠더라. 그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 배역이 가볍게 그려질까봐. 자극적인 웃음을 지양하고 호흡 조절에 신경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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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를 연기하면서 우리에 갇힌 동물의 처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을 것 같은데….

"영화에서 북극곰인 까만코가 이상 행동을 보이지 않나. 어렸을 때 구경했던 동물들이 떠올랐다. 늑대와 하이에나가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계속 박고 있었는데, 당시 머리가 간지러워서 그러는 줄 알았다. 돌이켜보니 그 친구들도 아팠던 것 같다. 이 영화를 계기로 많은 분께서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다."


-배우 또한 대중이 주목하는 직업인데….

"아직까진 부담스럽지 않다. 물론 계속 활동하다 보면 좋지 않은 일에 직면할 수 있을 거다. 그때마다 본래 내 모습을 찾으려 애쓸 거다. 배우이기 전에 인간 전여빈이니까. 스스로를 망치면서까지 무리하고 싶지 않다. 최근 연예계에 슬픈 소식이 많이 있지 않았나. 그런 비극이 다시 벌어져선 안 된다."


-어떻게 스스로를 다잡나.

"혼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한 가지 문제에 직면하면 깊이 빠져드는 타입이라서 위험하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애로 사항을 이야기한다. 쉬워 보이지만 큰 용기가 필요하다. 체력도 중요하고. 육체가 건강해야 정신도 맑을 수 있다. 그래서 작품이 없으면 나름대로 세운 계획 아래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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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하루에 최소 2시간 이상 운동한다. 햇빛과 바람을 느끼며 동네도 산책하고.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생기면 일기를 쓴다. 연기 후유증을 씻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가슴이 답답해지면 고향인 강릉으로 가서 바다를 본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별명이 '빵순이'다. 커피와 빵을 함께 먹으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앞으로 독립영화에서 보기 어려울 것 같은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규모나 장르에 상관없이 늘 마음을 열어놓고 있다. 시나리오만 좋다면 언제든 OK다. 독립영화를 촬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단편영화에 여러 번 출연했지만 대부분 용돈벌이조차 되지 않았다. 차비만 주는 경우도 흔했다. 그런 흐름이 반복되니까 앞날이 깜깜해지더라. 그래서 '죄 많은 소녀'를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때는 몰랐다. 이 영화가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을 줄은."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도 상업영화의 문을 수차례 두들겼을 것 같다.

"물론이다. 오디션을 많이 보고 다녔다. 그런데 대사 있는 배역을 따내기가 쉽지 않더라. 20대 후반이 되어서도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회한에 많이 젖었다. 나 자신조차 책임질 수 없는 현실이 가혹하더라. 가족에게 면목도 서질 않고. 배우라는 직업이 욕심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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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이와이드컴퍼니에 둥지를 터서 한시름 놓은 것 같은데….

"제 연기를 좋게 봐준 문소리 선배가 소개해주셨다. 새로운 기회가 생기니까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게 되더라. 물론 개인적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배우로서 직업정신이 강해졌을 뿐이다. 책임을 다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깨에 짊어진 짐의 무게가 독립영화 때와는 다르지 않나. 맡은 역할을 수월하게 해내서 도와주신 분들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


-독립영화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그럴 말을 해줄 위치가 아닌데(웃음). 아마 많은 친구가 연기만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을 거다. 그것이 결국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이어진다. 애정을 소중히 지키고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게 마련이니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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