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호스 방식 매각 입찰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박형수 기자, 유현석 기자] 한진칼 지분 매입으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반도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코스피 엔터테인먼트 기업 키위미디어그룹 인수를 추진한다. 40년 건설 외길을 걸어온 반도그룹이 2세대로 넘어오면서 사업 다각화와 승계 등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의 투자를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반도그룹 계열사 퍼시픽산업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퍼시픽산업 컨소시엄'은 최근 키위미디어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실사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23일께 매각자 측과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입찰에 참여했다가 떨어진 '엘엔피컴퍼니 컨소시엄'의 반발로 본계약까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삼일회계법인 주관으로 실시한 이번 입찰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토킹호스는 잠재 매수인을 정해 놓은 뒤 입찰을 진행하는 인수합병(M&A) 방식이다. 사전에 정해진 매수인보다 더 좋은 매수인이 나타나면 회사를 넘기는 대신 기존 잠재 매수인에게는 입찰 비용 등을 보상해 준다. 수의계약을 피하면서 매각 물건의 가격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퍼시픽산업은 130억~140억원의 인수가를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엘엔피 컨소시엄이 150억원으로 더 높은 가격을 써냈지만, 실질적인 인수 능력으로 꼽히는 자금조달 증빙 등에서 퍼시픽산업에 밀린 것으로 파악된다.

퍼시픽산업은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의 사위 신동철 반도건설 전무가 운영하는 부동산 관리 회사다. 권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가 2009년 이후 신 전무와 딸인 보라씨에게 지분 전량을 넘겼다. 100% 자회사인 퍼시픽개발을 통해 동탄2신도시 시행사업 등에 성공하면서 급성장했다.


최근 실적은 다소 부진한 상황이다. 2018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217억원의 매출액과 9억1078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과 2017년 2000억원대의 매출과 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시현했던 것에 비하면 실적이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퍼시픽산업이 부동산관리 및 시행 사업의 성장 한계를 절감하고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그룹이 최근 한진칼 지분 투자액을 계속 늘리면서 '경영참여'를 선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권홍사 회장의 딸 보라씨의 신사업 진출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향후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을 지배하는 반도홀딩스 경영을 아들 권재현 반도개발 상무에게 맡기고, 딸인 보라씨와 신 전무가 퍼시픽산업을 주축으로 계열사를 늘려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키위미디어가 채권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주업인 엔터 사업도 부진해, 반도그룹이 굳이 왜 부실 엔터 기업을 인수 대상으로 정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반도그룹 측은 아직 거래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키위미디어 입찰 참여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키위미디어는 영화사업과 콘텐츠, 공연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청년 시절을 다룬 영화 '대장 김창수', 조선족 조직폭력배를 일망타진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2007년 제작한 영화 '범죄도시' 등에 투자했다. 콘텐츠사업 부문에선 걸그룹 공원소녀와 모던 팝 듀오 닉앤쌔미(NICK&SAMMY) 등과 계약을 맺고 매니지먼트와 음반 제작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306억원, 영업손실 52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은 부진하다.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채권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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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주주는 엘에이치(옛 키위컴퍼니)로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지분 2.23%를 보유하고 있다. 정철웅 대표와 김형석 총괄 프로듀서(PD) 등이 보유한 지분까지 더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4.13%다. 인수자가 확정되면 큰 폭의 감자를 거쳐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미미해질 전망이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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