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달라진 새해 쇼핑 풍경 "장바구니·에코백 필수…생수·화장지는 온라인으로"
마트 자율포장대서 테이프 사라진지 일주일 지나…불평보다 환경보호 동참
에코백·백팩·노끈 직접 챙기는 소비자…부피 큰 물품은 온라인 주문 활성화 전망
일부에선 여전히 불만 소리…재생이 가능한 노끈 만들어 구비 요청도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차민영 기자] "노끈을 직접 준비해왔습니다. 처음에는 테이프가 없는 게 불편했는데, 자식들을 생각하면 (환경보호) 정책을 따라야죠." 9일 오후 6시 이마트 신도림점에서 만난 김지환(70) 씨는 자율포장대에서 사라진 테이프에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준비해 온 노끈을 품에 꺼내 구매한 물품을 포장하고 있었다. 김 씨는 "테이프가 붙은 종이상자 재활용이 어렵다고 해 일부러 노끈을 준비했다"면서 "환경보호에 모두가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저녁 찾은 롯데마트 VIC영등포점 자율포장대에서도 직접 갖고 온 테이프를 꺼내 물건들을 담고 있었다. 강영미(42) 씨는 "테이프가 붙은 종이상자가 재활용이 어렵다고 들었는데, 노끈보다는 편해서 테이프를 챙겨 다닌다"면서 "집에서 종이상자를 재활용할 때는 테이프를 깨끗하게 떼어낸다"면서 겸연쩍어했다.
새해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테이프와 노끈이 사라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초기 불만과 불편을 호소하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졌다. 대형마트 주요 고객인 중장년층은 자식 세대를 위한 환경보호에 동참하겠다며 노끈과 테이프를 갖고 다니고 젊은 세대는 에코백ㆍ백팩과 온라인 배송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4사는 지난 8월 환경부와 자율협약을 맺고 새해부터 자율포장대에서 종이상자 포장 때 쓰이는 테이프와 노끈을 없앴다. 동시에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형형색색의 장바구니가 많아진 것도 단조로운 마트 풍경에 재미를 더했다. 화려한 캐릭터 일러스트 컨버스백부터 스포츠백팩, 꽃무늬와 형광색의 쇼핑백, 코스트코 등 타사 대형 쇼핑백 등이 등장했다. 여기에 유모차 주머니나 유치원생 딸 가방까지 야무지게 활용하는 이들도 눈길을 끌었다.
저녁 찬거리와 생활용품을 사러 온 40대 동갑내기 부부는 각자 대형 백팩을 메고 에코백까지 챙겨왔다. 평소에도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부부는 "종이상자 사용이 어려워졌지만 큰 불편함은 못 느낀다"며 "물이나 휴지, 세제 등 크거나 무거운 제품들은 온라인 배송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는 식료품 부문에 있어 e커머스 쇼핑을 늘려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11월 누적 기준 식품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5조2909억원으로 2018년(13조4813억원)과 2017년(10조4216억원) 전체를 압도한다. 온라인에서 생수를 구매해먹는 비중도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 2019년 말 10.4%로 최초로 10%를 넘겼다. 주방세제와 세탁세제도 각 19.2%, 13.8%에 달한다. 유로모니터는 앞으로 식품ㆍ생활용품 온라인 쇼핑액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교보문고 계산대에서도 에코백과 큰 가방들을 이용해 구매한 책을 담고 있었다. 책과 필기류 등을 에코백에 직접 담고 있던 이지수(26) 씨는 "예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가 종이봉투값 200원을 받는다는 소리에 당황했다"면서 "이제 항상 챙겨오는 습관이 생겼다"고 웃으며 말했다. 옆에 있던 남자친구 김명진(27) 씨는 "새해부터 교보문고 종이봉투 값이 100원 더 올라 300원을 받는데 소액이지만 불필요한 봉투를 사는 대신 쇼핑백을 챙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불편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한 의류 매장 관계자는 "봉투 값을 낼 수 없다면서 실랑이 하는 손님이 가끔 있는데 기분이 나쁘다면서 고른 옷을 놔두고 간다"고 말했다.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유상철(가명)씨는 "종이 등 재생가능 재질로 만든 노끈을 비치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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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 모두가 의식을 갖고 동참을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에서 연간 사용되는 포장용 테이프와 끈 등은 658t에 이른다. 상암구장(9126㎡) 857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는 "마트 박스는 무분별한 테이프 사용으로 재활용하기가 어려운데 소비자 입장에서 편리함보다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고민을 하고 적극 정책에 동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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