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경제읽기]올해 국내외 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 '자산가격 버블'
사상 최고치 거듭하는 美증시…2000년 나스닥 버블과 데자뷔
주가 오를수록 경기·기업실적과 차이 커져…격차 좁히려 할 때 주가 급락
문제는 광범위한 가격하락 부동산 등으로도 번질 가능성
유례없는 저금리 지속이 문제 더 키울 가능성…지금부터라도 관리 나서야
2000년에 미국 나스닥 시장은 4069포인트로 시작됐다. 두 달이 지난 3월10일에 5048포인트가 돼 짧은 시간에 25%의 상승을 기록했다. 그 사이 1월 초에 이틀 연속 하루 4% 이상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시장이 1년에 10%만 올라도 활황으로 분류되는 걸 감안하면 보기 드문 상승 속도였다. 당시 상승이 모두 기업실적을 반영한 건 아니었다. 주가가 1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주가순이익배율(PER)이 나스닥의 경우 70배를 넘었다. 70년 동안 이익을 모아야지만 똑같은 기업 하나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대단히 높은 수치였다. 미국 주식시장의 버블을 얘기할 때마다 1930년 대공황과 2000년 사례가 빠지지 않고 나오는 걸 보면 당시 주가가 얼마나 비정상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럼 버블에 대한 우려는 있었을까? 주가가 기업실적에서 한참 벗어났기 때문에 많은 경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반대다. IT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강했던지 IT를 빼고는 얘기가 안될 정도였다. 경제를 얘기할 때도 IT, 금융을 얘기할 때도 IT, 세상이 IT 덕분에 무한 발전을 할 거라고 전망했다. IT에 대한 강한 믿음은 주가가 하락하자 허무하게 무너졌다. 최고치를 기록하고 70일만에 나스닥지수가 37% 하락했다.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믿음이 다시 최고조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 이번에도 나스닥이 맨 앞에 서 있다. 작년 10월 시작된 사상 최고치 행진이 해가 바뀌어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주가가 오를수록 투자자의 확증편향이 더 심해지는데 지금 미국 시장이 그 단계에 있다. 이 경우 주가는 높은 가격 때문에 스스로 힘에 눌릴 때까지 상승을 계속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건 작년 7월에 있었던 금리 인하 때문이다. 여기에 미ㆍ중 무역협상 1차 타결이 더해지면서 힘이 더 세졌다. 문제는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경기나 기업실적 같은 본질적 부분과 차이가 커진다는 점이다. 이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어떤 시점에 차이를 한꺼번에 좁히려는 시도가 나오는데 이 때 주가가 급락한다. 2000년 나스닥 하락이 그 형태였다.
나스닥은 지금 현재 미국에서 자산 버블이 가장 심한 곳이다. 금융위기 직후 최저점이 1300포인트였고 지금이 9000포인트 정도니까 11년 사이에 주가가 7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부동산 가격이 60% 오르는데 그쳤던 걸 감안하면 나스닥 상승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이 상승이 전적으로 돈의 힘에 의한 투기만으로 이루어진 건 아니다. 아마존, 애플 등 이른바 FAANG기업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면서 미국의 산업이 구조적으로 바뀐 부분도 작용했다. 그 힘에 대한 기대가 과다하게 부풀려져서 걱정이긴 하지만. 문제는 나스닥이 높은 주가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을 때다. 하락이 나스닥 만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자산으로까지 번져 광범위한 가격 하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스닥이나 부동산을 포함한 다른 자산이나 상승한 이유가 같고 상승 폭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외 경제가 안고 있는 최고의 골치거리 중 하나가 자산가격 버블이다. 과거에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때 물가를 걱정했었다. 물가가 올라 가계의 구매력이 낮아지면 금리 인하가 오히려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가능성은 없다. 작년 우리나라 소비자물가가 0.4% 상승에 그친 데에서 보듯 주요국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대신 위험이 자산가격으로 넘어왔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로 자산 가격이 급등했다. 선진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부동산도 2년 전에 금융위기 직전 고점을 넘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과 일본의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내려가 채권도 더 이상 오르기 힘든 상태가 됐다. 모든 자산 가격이 오른 만큼 어떤 한 곳이라도 무너지면 동시다발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경제 전체에 낀 버블을 측정하는 지표로 순자산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주로 쓰고 있다. 순자산은 가계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주식, 예금 등에서 이를 사기 위해 빌린 돈을 뺀 부분이다. 자기 돈으로 자산을 사 규모가 늘어났을 때 순자산이 늘어나지만 자산 가격이 오를 때에도 순자산이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뒤의 경우가 영향이 더 크다. 지난 20년동안 미국 가계의 순자산/가처분소득 비율은 고점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주식에 의해 버블이 만들어졌던 2000년으로 6.3배 정도였다. 두 번째는 부동산 버블이 발생했던 2008년인데 6.6배였다. 두 번 모두 버블이 터져 미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지금이 세 번째인데 해당 지표가 7배에 가까워 과거 어떤 때보다 버블의 정도가 심하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과거 두 번의 버블이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특정 부문만의 버블이었던 반면 지금은 모든 자산에 버블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산 버블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이는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다른 선진국은 물론 우리에게도 악영향을 준다. 어떤 자산이 문제가 되느냐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 미국에서 주식이 문제를 일으켜도 우리나라는 주식이 아니라 부동산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버블이 심할수록 해당 자산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근까지 가격이 오른 자산이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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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은 터지기 전까지는 버블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힘들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 상승이 빨라지기 때문에 버블에 대한 우려보다는 해당 자산에 올라타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래서 버블을 사전에 예측해 방지하는 건 사실에 불가능에 가깝다. 버블은 한 번 터지면 그 후유증이 대단히 크다. 이번은 다른 때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유래가 없을 정도의 낮은 금리를 오랜 시간 지속한데다 돈의 홍수까지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8년에 금융위기 극복대책으로 저금리를 선택했을 때 자산버블이 예상됐지만 제어가 되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잘 관리하면 좋을텐데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푸는 걸 보면 그럴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편안하다고 느낄수록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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